[천일평의 야구장 사람들] 국내 프로야구 에이전트제도 법 제정한다는데
OSEN 천일평 기자
발행 2013.09.03 09: 27

박찬호(40)가 지난 1994년 한양대학 2학년 시절 미국 LA 다저스에 입단할 때 주선한 사람은 스티브 김(한국명 김철원)씨였습니다.
박찬호는 처음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구단주가 한국에 찾아와 30만 달러 제의를 하고, 뉴욕 양키스, 다저스에서도 스카우트 제의가 오자 공주고교 재학시 청소년대표로 LA에 숙박했을 때 민박집을 하던 스티브 김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UC 버클리 대학을 졸업하고 건축가로 활동하던 스티브 김은 다저스와 접촉하고, 다저스의 피터 오말리 구단주가 내한해 결국 120만 달러 계약금을 맺기로 하고 박찬호가 미국에 진출했습니다.

스티브 김은 이후 메이저리그 에이전트 자격을 따내고 박찬호의 대리인으로 활동하다가  2000년 1월 공식 결별했고 2013년엔 축구의 홍명보 미국행 에이전트로 잠시 일하기도 했는데 사업에 실패해 사기소송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박찬호는 스티브 김과 결별 후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와 손을 잡고 다저스 후 2002년 텍사스 레인전스와 5년간 6,500만 달러의 거액 계약을 맺어 미국에서도 화제가 됐습니다.
대박 연봉 계약을 끌어내는데 유명한 협상가 보라스는 박찬호 외에도 김병현이 2000년대 초반 애리조나 다이몬드백스에서 활약할 때, 근래는 추신수(내년 예정)와 올해 초 류현진(다저스와 연봉 6년 3,600만 달러), 그리고 메이저행을 선언한 윤석민(KIA)의 에이전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에이전트는 선수를 대신해 연봉 협상(에이전트의 몫 5~10%)과 광고 출연 계약(10% 내외)을 처리하는 포괄적인 대리권을 갖습니다. 미국에선 스포츠 에이전트가 70년대 중반 처음 등장해서 지금은 석유산업, 목재산업, 항공운수업 보다 큰 22번째 규모의 순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재미동포 에이전트도 스티브 김 이후 늘어나 전영재씨가 서재응(98년 뉴욕 메츠), 김병현(99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이영중씨(축구의 이동국, 황선홍, 홍명보), 송영광씨(김병지) 등이 활동했습니다.
최희섭(KIA)은 2002년 시카고 컵스에 입단할 당시 에이전트가 교민 이치훈씨였습니다. 이치훈씨는 권윤민, 류제국, 봉중근 등과도 에이전트 계약을 맺고 이들의 뒤를 보살폈습니다.
재미동포들이 에이전트로 일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메이저리거로 활약하는 선수들은 미국의 유명 에이전트와 계약을 맺는데 빅리거들은 모두 에이전트를 두고 뛰고 있습니다.
요즘 화제의 쿠바 출신 야시엘 푸이그(다저스)도 라디건 스포츠 매니지먼트와 계약을 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미국의 유명 에이전시(대리업)는 보라스와 피터 그린버그, 랜디 앨런 헨드릭스, 세쓰와 샘로빈슨, 케이시 클로스, 얀 델름, 그렉 랜스케와 스캇 파커 등이 있습니다.
메이저리거들이 모두 에이전트와 계약을 맺는데 비해 일본 프로야구는 변호사 35명이 선수 1명 정도와 계약을 맺고 일해 일본에선 유명 스타플레이어들이 주로 에이전트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의 프로 스포츠계에서는 축구만 에이전트 제도가 실시되고 있고 프로야구와 프로농구, 프로배구 등은 아직 에이전트 제도가 전반적으로 실시되지 않고 있습니다.
프로야구에서는 12년전인 2001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선수와 구단의 대면 계약에서 대리인의 참여를 인정하지 않는 규약은 불공정조항으로 시정해야 한다’고 시정권고를 내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규약 제30조에 ‘선수가 대리인을 통해 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습니다.
그러나 KBO는 규약 부칙 제172조에 ‘규약 30조의 대리인 제도는 한국 프로야구의 여건과 일본 프로야구의 변호사 대리인 제도 시행 결과 등 제반 사항을 고려해 시행한다’고 별도 규정함으로써 사실상 아직 에이전트 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국내 선수들도 근래 에이전트 제도를 정식으로 가동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3년전 타격 7관왕 이대호가 롯데 자이언츠와 재계약을 맺을 때 이대호는 연봉 7억원을 요구했지만 구단이 반대해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연봉조정을 신청했으나 조정위원회는 7억원이 아닌 6억3,000원이 더 합당하다며 롯데의 손을 들어줬고 이대호는 일본 오릭스로 가 대표적인 불공정 사례로 꼽힙니다.
최근 선수 여론조사에는 80% 이상이 에이전트 제도롤 도입하자는 안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프로야구선수협의회에서도 본격적으로 제도 도입을 요구키로 했습니다.
이런 움직임에 따라 내년 2014년부터 프로야구에도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될 전망입니다. 문화체육부가 지난 8월 22일 ‘2018 스포츠 비전’을 발표하면서 스포츠 진흥법을 개정해 프로스포츠에도 에이전트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정부가 프로스포츠에 간여할 수 있느냐는 원칙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무엇보다 프로야구단측에서 아직은 시기상조라로 반대하고 있어 문제입니다.
구단측은 미국과 달리 국내 프로야구는 적자폭이 큰데 에이전트 제도를 도입하면 적자폭이 가중된다고 반대합니다. 또 일부 선수들만 혜택을 봐 선수간에 이질감이 커져 문제라고 반대합니다. 어쨌든 내년에 법 개정을 통해 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됐을 때 이를 어떻게 야구계에서 소화할 지 주목됩니다.
OSEN 편집인 chuni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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