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 난투사](33)롯데 팬은 삼성 선수단에 경고문 날리고, LG 팬은 감독 승용차를 망가뜨리다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3.09.03 10: 09

1991년 정부는 ‘경범죄처벌법시행령’을 강화, 개정했다. 그동안 4000원의 가벼운 벌금만을 물면 됐던 ‘운동장에서 병이나 깡통 등 위험물을 던지는 행위’에 대한 범칙금을 2만5000원으로 대폭 인상했다.
국무회의가 의결한 ‘경범죄처벌법시행령’ 21개 항목 중에 들어 있는 공공장소에서의 음주소란 행위 및 불안감 조성 행위에 대해  2만 5000원씩 벌금을 물리도록 한 것이다. 
관중 난동이 좀체 가라앉지 않고 사회병리 현상의 하나로 자리 잡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그와는 별도로 야구장 입장객에 대한 검문검색을 철저히 하고(술 반입 등을 막겠다는 뜻) 야구장 관중석의 수시 순찰 및 감시카메라 설치를 검토키로 하는 등 난동 방지책을 세우기 위해 머리를 짜냈다.

이런저런 법 강화와 대책 마련으로 경기장 난동이 수그러들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1991년에도 관중 소란행위는 여전히 성행했고 계속됐다.
일부 몰지각한 롯데 팬들, 허규옥에게 계란세례
7월 17일, 사직구장에서 열렸던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끝난 후 일부 몰지각한 롯데 팬 몇 명이 그라운드를 나가려던 삼성 선수들을 향해 느닷없이 날달걀을 던졌다. 덕 아웃에 있던 김성근 삼성 감독은 봉변을 모면했지만 삼성 허규옥이 얼굴에 계란을 정통으로 얻어맞았다.
일부 롯데 응원 관중들은 삼성 선수단 버스에 돌을 던져 차 유리창이 깨지기도 했다. 그날 경기는 롯데가 9-4로 이겼으므로 단순히 롯데 팬들이 경기에 패한 분풀이로 그랬던 것이 아니었음은 분명했다. 그 계란 공격은 그해 1월 16일 롯데에서 삼성으로 현금 2500만 원에 트레이드된 허규옥을 겨냥한, 이를테면 ‘표적 계란 투척’이었다.
허규옥은 1982년 프로야구 원년부터 삼성에서 뛰다가 1989년 롯데로 이적, 1990년까지 몸담았다가 1991년에 다시 친정팀으로 복귀했던 터였다. 롯데 팬이 허규옥을 겨냥한 것은 7월 3일 롯데 신인투수 김태형과 허규옥 사이에 일어났던 빈볼시비를 걸고넘어진 것이다.  
롯데 팬들은 그날 삼성선수단에 ‘부산 서울 롯데팬 일동’의 명의로 ‘경고문’을 전달했다.
그 경고문은 ‘우리는 상성 구단을 미워하지 않는다’로 시작, 7월 3일에 있었던 빈볼시비를 들먹이며 7월 18일 경기에 앞서 부산 팬과 롯데 코칭스태프에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17일의 야단법석도 있었으므로 삼성은 18일 경기에 앞서 유백만 수석코치와 허규옥이 1, 3루 관중석과 롯데 덕 아웃을 향해 사과를 한 것으로 일단락되긴 했다. 하지만 지나간 특정한 일을 문제 삼아 상대 선수단에 ‘협박성 경고문’을 날리고 특정 선수를 향해 ‘표적 공격’까지 서슴지 않았다는 점에서 자못 충격적인 사건으로 남아 있다. 
 
LG 팬 소요, ‘가학적’인 난동
정부의 강력한 경범죄처벌법 시행에도 불구, 1990년에 우승했던 LG 트윈스의 팬들은 1991년 시즌 초부터 팀의 패배를 참지 못하고 툭하면 소요를 일으켰다. 눈높이가 갑자기 너무 높아졌던 탓인지도 몰랐다.
4월 6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던 태평양 돌핀스전에서 LG가 1-4로 지자 LG 응원석인 1루 관중석에서 구단이 응원용 소품으로 나누어준 플라스틱제 핸드마이크와 휴지 뭉치가 그라운드로 우박처럼 쏟아져 내렸다. 경기 도중 일부 관중들이 내던진 휴지가 내야 그물망에 볼썽사납게 너덜너덜 내걸려 애꿎게도 선수들이 그걸 치우느라 엉뚱한 신경소모를 겪기도 했다. 
LG 구단은 태평양과의 시즌 개막 2연전인 4월 5, 6일 이틀간 입장관중들에게 응원용 핸드마이크 2만 5000개, 두루마리 휴지 400개를 나누어주었다. 팀이야 응원에 활용하라고 나누어 준 것이지만 일부 관중들이 그걸 화풀이용으로 악용한 것이다. 
7월 18일 LG는 수원에서 열렸던 태평양과과 연속경기를 모두 내주는 등 그 한주에 5연패를 당했다. 그날 수원 원정 응원에 나선 200여명의 LG 열성팬들 가운데 일부가 경기 후 팀 성적 부진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며 서울로 향하려던 백인천 감독의 소나타 승용차를 에워싸고 주먹으로 때려 훼손시키는 일도 생겼다. 일부 팬은 술에 만취한 듯 고성을 지르며 선수단 버스도 가로막고 윈도브러시를 부러뜨리는 등 행패를 부렸다. 
백인천 감독은 한동안 심하게 우그러진 차를 정비소에 맡기고 조창수 수석코치의 차를 얻어 타기도 했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허규옥 계란세례 기사가 실린 1991년 7월 24일치 기사
잠실구장에 쏟아져 있는 응원용 소품들(제공=일간스포츠)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