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정우성·다니엘 헤니, '비주얼 악당'이 뜬다?
OSEN 전선하 기자
발행 2013.09.03 15: 31

배우 이정재와 정우성, 그리고 다니엘 헤니 이들 세 배우의 공통점은 올해 개봉한 영화에서 모두 악역을 맡았다는 점이다. 영화 기둥 줄거리에서 주인공 캐릭터가 극복해야 할 대상이 되는 역할을 맡은 이들 배우들은 공통적으로 훈훈한 외모와 미소를 갖춘 그야말로 ‘꽃미남’ 배우들로 그간의 작품에서와는 다른 얼굴로 관객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기고 있다.
지난 3일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영화 ‘관상’에서 이정재는 단종을 폐위하고 역모를 통해 왕위에 오르는 수양대군 캐릭터를 연기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왕위찬탈에 대한 욕망을 숨기지 않는 설정으로 등장하는 그는 어린 왕의 목숨을 시시때때로 노리는 것은 물론, 왕을 보필하는 노회한 김종서 장군(백윤식)을 사정없이 내리치며 얼굴 가득 야욕을 드러낸다.
이는 개봉을 앞둔 영화 ‘스파이’의 다니엘 헤니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영화에서 스파이 라이언 역을 맡아 북한 핵 물리학 박사를 납치하고 한반도를 전쟁 위협에 노출시키는 악역을 소화했다. 살인미소를 흘리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차가운 표정으로 돌변해 평양에 미사일을 쏘아버리는 제대로 된 악역이다.

대표적인 훈남 배우 정우성 역시 지난 7월 개봉한 ‘감시자들’에서 경찰청 내 특수조직 감시반원의 목숨줄을 쥐도새도 모르게 끊어버리는 조직 보스 제임스 역으로 관객의 인상에 색다른 얼굴을 심은 바 있다.
이처럼 한 작품의 주연을 맡아 영화의 메시지를 캐릭터를 통해 구현하던 이들 배우들이 악역으로 몰리는 까닭은 뭘까? 쇼박스 미디어플렉스의 한 관계자는 “배우들이 본인들이 가지고 있던 기존 이미지에서 변신을 시도하고자 하는 이유가 가장 큰 것 같다. 예전에는 이미지를 위해 악역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그 같은 역할이 연기 생활에 있어 마이너스 요인이 아니라는 걸 배우들이 확실히 인식했기에 출연 러시가 이뤄지고 있다. ‘관상’의 경우도 이정재 씨가 연기한 수양대군 역은 단연 돋보이는 캐릭터로 손꼽히고 있다”고 말했다.
CJ의 한 관계자는 “선한 역과 악한 역이 있을 때 주인공 캐릭터만 호감형으로 그려지던 과거와 달리 요즘 추세는 악역의 비중이 커지고, 또 이 악역을 매력적으로 그릴수록 더 많은 관객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정우성, 이정재, 다니엘 헤니는 고전적인 사고방식으로 봤을 때는 좋은 역할, 착한 역할을 할 배우들이지만 이제는 악역도 맡는다. 그만큼 배우들 입장에서 악역 캐릭터 자체가 출연할 마음이 생기도록 탐나게 그려지고 있다. ‘다크나이트’에서 조커가 배트맨 보다 관객들에게 더 사랑받고 회자됐던 것처럼 악역을 잘 만들어 보여주면 배우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이른바 ‘비주얼 악역’은 배우들에게는 도전이 되고, 관객에게는 관람포인트가 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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