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룡 감독, "오랜만에 항의, 옛날 생각 나더라"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09.03 17: 44

"오랜만에 옛날 생각이 났지". 
한화 김응룡(72) 감독이 쑥쓰러운듯 웃었다. 지난 1일 대전 넥센전에서 있었던 항의 모습 때문이었다. 당시 넥센의 3회초 1사 1루에서 박병호의 좌중간 안타 때 1루 주자 이택근이 3루에서 태그아웃된 것처럼 보였으나 3루심이 세이프 판정을 내렸다. 이에 김 감독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3루 베이스까지 발걸음을 옮기며 직접 항의한 것이다. 
3일 대전 두산전을 앞두고 만난 김응룡 감독은 그날 장면을 떠올리며 "3루에서는 당연히 아웃인 줄 알았다. 2루에서 타자 주자가 아웃되는지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3루에서 세이프라고 하더라"며 "코치들이 계속 '나가십시오'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나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길게 항의하지 않고 돌아서 덕아웃으로 들어왔다. 홈플레이트를 발로 차는 시늉을 했고, 덕아웃 문을 박차로 들어가기도 했다. 김감독은 심판에게 "어떻게 됐냐"고 물었고, 돌아온 대답은 "제가 본대로 했습니다"였다. 김 감독은 할 말을 잃었다. 
김 감독은 "보통 심판이면 '열심히 보겠습니다, 정신차려 보겠습니다'고 실수를 인정한다. 그런데 오리발을 내미니까 할 말이 없더라"며 "그동안 비디오 판독을 도입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는데 그런 판정이 나오니까 판독을 해야 하는가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여전히 비디오 판독 도입은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였다. "비디오 판독을 하면 경기 흐름이 끊어지게 되어있다. 될 수 있으면 심판들에게 맡겨야 한다"는 게 김 감독의 말이다. 
비록 아쉬운 판정이었지만 오랜 만에 그라운드에 나타나 어필하는 김 감독의 모습에서 과거의 향수를 느낀 야구 팬들이 많았다. 김 감독은 역대 프로야구 최다 5차례 감독 퇴장 기록을 갖고 있다. 한화 지휘봉을 잡은 뒤에는 애써 어필을 자제하곤 했다. 
김 감독은 "올해 항의 안 하고 마치려고 했는데 한 번 나갔다 왔다. 퇴장 안 당하려고 참았다"며 "항의하고 덕아웃으로 들어올 때 옛날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 웃어보였다. 오랜만에 심판에게 어필한 김 감독도 옛추억에 잠긴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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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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