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아섭(25,롯데 자이언츠)은 평범한 내야땅볼에도 무조건 전력질주한다. 어떠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프로의 기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덕분에 1년에 내야안타 몇 개라도 더 얻어내는 것으로 보상을 받는다.
내야땅볼에도 전력질주하는 손아섭이 외야로 잘 맞은 타구를 보냈을 때 더욱 열심히 뛰는 건 당연한 일이다. 손아섭은 3일 목동 넥센전에서 2-1로 근소한 리드를 지키던 5회 1사 2루에 타석에 섰다. 앞선 3회 1사 만루에서 내야땅볼로 역전타점을 올렸던 손아섭이지만 안타 하나면 쉽게 달아날 수 있는 상황에서 단 1득점에 그쳤기에 찬스에 대한 집중력은 더욱 높았다.
손아섭은 넥센 선발 브랜든 나이트와 풀카운트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 끝에 2루수 옆을 빠르게 지나가는 안타를 만들어냈다. 내야를 땅볼로 건너간 타구였지만 제대로 잡아당겨 팔로스윙이 좋아 타구의 힘이 살아있었다. 내야를 통과한 타구는 중견수와 우익수 사이를 유유히 지나갔다.

타구가 외야까지 가르는 걸 확인한 손아섭은 전력질주했다. 이미 타격을 한 뒤 1루로 뛸 때부터 전력으로 달려 가속도가 붙은 상황이었다. 손아섭은 넘어질 듯 온몸을 흔들며 2루로 향했고, 그 과정에서 헬멧이 벗겨졌다. 이에 개의치않고 손아섭은 힐끔 타구와 수비위치를 확인하더니 내친김에 3루까지 향했다.
3루에 여유있게 도착한 손아섭은 풍성한 머릿결을 휘날리며 3루쪽 더그아웃을 향해 포효했다. 단순히 안타 하나, 타점 하나에 대한 기쁨이 아니라 아직 가을야구를 포기할 수 없다는 선언과도 같았다. 이날 롯데는 넥센을 5-4로 꺾고 2.5경기차로 추격했다.
이날 손아섭의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는 수비에서도 나왔다. 2-1로 앞선 3회 1사 후 홈런 1위 박병호가 타석에 섰다. 박병호가 밀어친 타구는 우측 파울라인을 지나 관중석 쪽으로 향했다. 손아섭은 펜스가 있는 것도 개의치않고 공을 따라가 제자리뛰기로 공을 잡아냈다. 손아섭은 공을 잡은 뒤 김풍기 1루심을 향해 공이 들어있는 글러브를 들어보이며 '내가 잡았다'고 외치는 모습도 보여줬다. 도루도 2개 추가하며 시즌 34도루로 이 부문 2위에 올라선 것은 덤.
시즌 막판 몸도 지쳐가고 매 경기 총력전을 펼치느라 정신적으로도 압박감이 심한 롯데다. 팀 리딩히터 손아섭의 허슬 플레이와 강력한 포효가 6년 연속 가을야구를 노리는 거인의 잠을 깨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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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