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기다린 김동한, 진정한 낭중지추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9.04 10: 40

“어머니와 제가 지난 2년 간 프로에서 얼마나 돈을 모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했어요. 2년 동안 2000만원 정도를 모았더라고요. 결혼도 해서 가정도 꾸리고 앞으로 군대도 다녀오고 하면 금방 서른이 될 텐데. 지난 2년 동안은 열심히 했지만 확실한 목표는 없었던 것 같아요. 프로 선수로서 1군에 빨리 올라가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어요”.
실력이 없다기보다 운이 없었다. 하필 그의 주 포지션에는 뛰어난 선배와 후배가 가득했다. 다른 팀에 가면 적어도 1군 풀타임 백업으로 나설만 한 기량을 갖췄음에도 전지훈련조차 단 한 번도 못 간 이유다. 3년차 내야수 김동한(25, 두산 베어스)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불운 속 단 한 번의 선발 출장 기회를 제대로 살려 가치를 증명했다.
김동한은 3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화와 원정경기에 9번타자 2루수로 선발출장, 2루타 포함 2타수 2안타 1타점 2볼넷 1도루로 맹활약하며 두산의 12-2 승리를 이끌었다.

장충고-동국대 출신으로 국가대표를 거친 유망주였으나 175cm 73kg의 작은 체구 때문에 2011 신인 드래프트에서 8라운드 전체 59순위로 늦게 지명된 김동한은 올해로 3년차가 됐으나 여전히 팀 내 두터운 내야진으로 인해 대부분 시간을 2군에서 보냈다. 2군 퓨처스리그에서는 69경기 타율 3할2푼1리 5홈런 36타점 30도루로 맹활약했다. 시즌 초반 김동한은 퓨처스리그의 4할 타자였다.
4타석 2타수 2안타 1타점 2볼넷 1도루. 타석 하나하나 모두 알찬 활약을 펼쳤다. 2회말 무사 1·2루 첫 타석에서 김동한은 유창식과 8구 승부에서 볼넷을 골라내며 찬스를 이어줬다. 투스트라이크로 불리한 볼카운트였지만, 2개의 파울 커트와 함께 4개의 볼을 이끌어내며 끈질긴 집념을 보였다. 김동한의 볼넷은 이종욱의 3타점 싹쓸이 2루타로 이어졌다.
김동한은 3회 2사 1루에서도 좌전 안타를 때리며 시즌 첫 안타를 기록했고, 5회 2사 1루에서도 유창식의 변화구를 받아쳐 좌익선상으로 날카롭게 빠지는 2루타를 작렬시켰다. 7회 역시 볼넷을 얻어내며 100% 출루에 성공한 김동한은 이종욱 타석에서 2루 도루까지 성공시키며 한화 배터리를 괴롭혔다. 2루 수비에서도 물흐르는 듯한 안정감을 과시했다.
사실 김동한은 두산 퓨처스팀에서 일찍부터 칭찬했던 유망주였다. “저 친구 정말 잘 한다”라는 이야기는 퓨처스팀 코칭스태프에서 누구나 꺼낸 말이다. 다만 “2루 포지션에 워낙 선수들이 많아서”라며 김동한이 1군에서 중용되지 못하는 아쉬움을 토로했을 뿐. 빠른 발은 물론이고 이제는 장타력을 키웠고 컨택 능력과 선구안도 모두 발전했다.
올 시즌은 김동한에게 굉장히 중요한 시기였다. 지난해 상무에 지원했으나 테스트에서 탈락하고 말았던 김동한은 그만큼 “적어도 2군에서만큼은 압도적 활약을 펼쳐야 한다”라는 각오로 나섰다. 군 문제 해결도 다급했고 2차 드래프트 등으로 다른 팀에서라도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1군에서의 실적이 필요했다. 지난 7월16일 잠실 NC전서 이원석의 1루 땅볼 때 김동한은 2루에 있다가 홈까지 뛰어들어 쐐기득점을 올렸고 이 경기 후 김동한은 상무, 경찰청이 노리는 유망주가 되었다.
시즌 개막 전 김동한은 자신이 프로 입단 후 얼마만큼 돈을 모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갓 사회에 발을 딛은 또래 청년들이 겪는 똑같은 고민을 토로한 김동한은 그만큼 야구에 대한 간절함으로 바꾸고 밝혔다. 부모님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립하는 청년이 되겠다는 그의 말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결국 프로는 일단 자신을 위해 힘을 쏟아야 하는 법이다. 간절하게 야구에 매달린 김동한은 특유의 센스로 드디어 불운의 벽을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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