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가 한 방의 유혹에 빠져 있다.
넥센은 3일 기준 57승2무48패를 기록하며 3위 두산과 2경기, 5위 롯데와 2.5경기 차 4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 현재 상황만 유지하면 넥센은 올 시즌 창단 첫 가을 야구를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즌 끝까지 아직 안심하기에는 위험한 부분이 많다.
특히 넥센은 최근 득점력 부문에서 고민이 생기고 있다. 넥센은 3일 목동 롯데전에서 무려 13개의 잔루를 남겼다. 1회부터 만루 찬스를 만들었지만 밀어내기로만 한 점을 얻었을 뿐 대량 득점에 실패했고 계속된 기회 무산은 결국 역전패라는 결과로 다가왔다.

올 시즌 넥센은 107경기에서 총 102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넥센이 6위의 팀 평균자책점(4.33)으로도 상위권을 계속 유지한 데에는 홈런 포함 장타의 공이 컸다. 넥센이 올 시즌 107경기에서 홈런을 기록하지 않은 날은 38경기 뿐이다. 넥센은 팀 득점 2위(544점), 팀 장타율 2위(.413)를 달리고 있다.
홈런이 있던 날의 승률은 44승1무24패로 6할4푼7리에 이르지만, 홈런이 터지지 않은 날은 13승1무24패, 3할5푼1리의 승률로 약한 모습을 보였다. 홈런이 없으면 쉽게 점수를 뽑지 못하는 셈이다. 팀 홈런 선두를 달리고 있는 넥센의 색다른 고민이다. 염경엽 넥센 감독 역시 "홈런으로만 점수를 내는 것은 결코 좋은 상황이 아니"라고 말했다.
시즌 초반인 5월까지 팀이 잘나갈 때는 그런 걱정이 없었다. 넥센은 5월까지 홈런이 없던 14경기에서 9승5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위기의 시작이었던 8연패가 끼어있던 6월, 홈런이 없던 날의 팀 성적은 1무9패였다. 7월은 1승4패, 8월은 3승5패였다. 결국 팀 전체가 슬럼프에 빠지면서 한 방에 기대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마운드 불안으로 크게 달아나야 하거나 추격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생기자 거포 타선에 대한 의존력이 높아지고 있다. 홈런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박병호가 홈런을 친 날은 팀도 20승4패로 높은 승률을 자랑했지만 반대로 박병호가 홈런을 치지 못한 나머지 경기에서 넥센은 37승2무44패로 5할 승률에 못미쳤다.
현재 가을 야구를 향해 달리고 있는 넥센의 매력은 바로 한 방에서 나온다. 홈런에 의존하게 되는 것 역시 팀홈런 1위인 넥센 만이 할 수 있는 고민이다. 홈런으로 이기면 좋지만 홈런에 대한 맹목적인 기대는 선수들의 일관된 큰 스윙과 무기력함을 낳는다. 포스트시즌에 도전하는 넥센에 더 '쫀쫀한' 플레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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