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 퇴장' 김응룡이 말하는 퇴장의 미학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09.04 06: 16

"나도 미국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야". 
한화 김응룡(72) 감독은 지난 1일 대전 넥센전서 오랜만에 그라운드에 나타나 어필했다. 넥센 1루 주자 이택근이 2루를 지나 3루에서 태그 아웃된 것으로 보였으나 3루심이 세이프를 판정한 것이다. 이에 김응룡 감독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3루까지 발걸음을 옮겨 어필했고, 홈플레이트와 덕아웃을 발로 차는 시늉까지 하며 불만 표시를 확실히 했다. 대전구장 팬들은 "김응룡"을 연호하며 노감독의 어필에 환호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김 감독은 "오랜만에 항의하니까 옛날 생각이 나더라. 나는 안 나가려고 했는데 코치들이 나가야 한다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랬다"며 웃은 뒤 "우리나라는 항의를 하다 퇴장을 당하면 징계 때문에 다음 경기에 못나올 수 있다. 퇴장보다 걱정되는 게 출장정지다. 내 퇴장은 미국에 비해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프로야구는 지난 1982년 출범 후 올해까지 32시즌 간 감독 퇴장이 21차례밖에 나오지 않았다. 김응룡 감독이 가장 많은 5회 퇴장을 당했고, 김성근(3회)-한대화(2회) 감독이 뒤를 잇고 있다. 감독 퇴장이 한 번도 없었던 시즌도 무려 16차례나 된다. 
반면 메이저리그에서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이끈 명장 바비 콕스 감독이 역대 최다 158회의 퇴장을 당했다. 29년간 158회의 퇴장으로 연평균 5.4회 퇴장. 감독 첫 해 1978년 이틀 연속으로 퇴장되기도 했고, 1999년-2011년에는 무려 10번씩 퇴장됐다. 2위가 존 맥그로 감독으로 31시즌 동안 131회 퇴장당했다. 연평균 4.2회로 미국에서 감독 퇴장은 자주 볼 수 있는 장면들이었다. 
김응룡 감독은 "메이저리그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퇴장 기록이 훨씬 많다. 미국은 100번 넘게 퇴장한 감독들도 있는데 난 그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메이저리그는 퇴장당하면 그 경기로 끝난다. 퇴장당하면 팬들은 좋아한다. 10점차 넘게 지고 있어도 감독이 포기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니 팬들도 좋아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퇴장을 너무 안 좋게만 바라본다. 퇴장당하면 몇 경기씩 징계까지 받으니 퇴장을 보기 정말 어렵다"고 설명했다. 
과거 김 감독은 불같은 성격으로 심판들과 맞서싸우며 퇴장을 당하곤 했다. 김감독은 "그 때는 몸무게가 120kg 넘게 나갔었다"며 두려울 게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감독의 퇴장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시선과 분위기가 너무 차가웠다. 퇴장을 당하면 한동안 출장정지 징계받아야 했다. 야구를 야구로만 바라보지 않은 것이다. 
김 감독은 해태 시절 1999년을 끝으로 더 이상 퇴장을 당하지 않았다. 하지만 감독 퇴장이 일어날 때마다 김 감독의 사례가 거론돼 난감해 한 적이 많았다고. 김 감독은 "우리 딸들이 또 퇴장 당했냐고 뭐라 하더라. 내 이름은 그만 좀 빼줬으면 좋겠다"고 읍소할 정도였다. 하지만 감독의 퇴장은 야구의 일부이다. 때로는 선수단에 자극을 불어넣어 결속력을 다지고, 지루한 팬들에게 재밌는 볼거리를 줄 수도 있다. 퇴장의 미학이다. 
waw@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