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넷 실종’ 류현진, 막판 스퍼트 예고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9.04 06: 14

볼넷은 투수들이 가장 싫어하는 요소 중 하나다. 주자를 내보냄은 물론 투구수가 불어나는 원인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깨끗하게 안타를 맞는 게 낫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심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류현진(26, LA 다저스)의 후반기에는 이런 볼넷이 실종됐다. 남은 경기에서의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류현진은 4일(이하 한국시간) 현재 올 시즌 26경기에 선발 등판, 13승5패 평균자책점 3.02의 빼어난 성적을 내고 있다. 5이닝을 소화하지 못한 경기가 한 번도 없을 정도의 꾸준함은 팀은 물론 현지 언론에서도 극찬의 대상이다. 벌써 167이닝을 소화하며 팀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으로 자리했다. 8월에도 4승2패 평균자책점 2.61의 성적을 내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이런 류현진이 내셔널리그 전체 투수 순위표에서 빛나는 부문이 있다. 바로 탈삼진/볼넷(K/BB) 비율이다. 탈삼진과 볼넷은 투수의 순수한 능력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부분이다. 그래서 이는 투수의 현재 상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로 널리 쓰이기도 한다. K/BB 비율이 높으면 앞으로도 괜찮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비율이 낮으면 그 반대다.

한 때 삼진이 줄어들면서 이 수치가 떨어졌었던 류현진은 후반기 들어 다시 이 비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류현진은 후반기 8경기에서 6승2패 평균자책점 2.86을 기록하고 있다. 51개의 안타를 맞아 피안타율은 2할6푼6리로 조금 올라가긴 했지만 이닝당출루허용률(WHIP)은 1.152로 오히려 전반기(1.251)보다 낮다. 비결은 볼넷에 있다. 류현진은 8경기에서 50⅓이닝을 던지는 동안 7개의 볼넷과 1개씩의 고의사구 및 사구만을 허용했다. 반대로 삼진은 46개나 잡았다.
이런 류현진의 후반기 9이닝당 볼넷 비율은 1.25에 불과하다. 팀 동료 클레이튼 커쇼(1.70)이나 신인왕 경쟁자 호세 페르난데스(마이애미, 2.17)보다도 낮다. 8경기 이상 선발등판한 선수 중에는 브론슨 아로요(신시내티, 0.74)만이 류현진보다 위에 있다. 후반기 K/BB 비율도 6.57로 훌륭하다. 전반기(2.38)에 비해 훨씬 좋다. 역시 커쇼(5.17)이나 페르난데스(5.38)보다 더 뛰어난 성적이다. 이 비율이 6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아로요, 콜 해멀스(필라델피아)를 비롯해 손에 꼽을 정도다.
릭 허니컷 다저스 투수 코치 역시 “류현진은 거의 볼넷을 내주지 않는 유형의 투수”라며 믿음감을 드러냈다. 허니컷 코치는 “가끔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가는 공이 맞을 때도 있지만 볼넷이 적다는 것은 그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이며 앞으로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기도 했다. 시간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는 류현진의 단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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