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이 일어날 것인가.
SK 와이번스가 시즌 막판 대역전을 노리고 있다. 후반기 성적 17승 10패 1무, SK는 지난 40일 동안 리그 최강팀으로 군림 중이다. 공격 부분은 중위권이나 마운드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팀 타율 2할6푼4리로 5위, 득점권 타율 2할7푼7리로 4위, 팀 OPS .778로 5위지만 팀 평균자책점 3.09로 후반기 리그 1위다.
FA 이적과 트레이드, 군입대 등으로 엔트리 자체는 지난 몇 년과 다르지만, 여전히 팀의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선수들이 가득하다. 리그 정상급 투수인 크리스 세든을 중심으로 윤희상 김광현 조조 레이예스 백인식까지 좌·우·사이드암으로 구성된 다양한 선발자원을 구축했다. 불펜진 또한 평균자책점 1점대를 찍고 있는 박희수와 박정배가 축을 이루고, 임경완 윤길현 진해수가 시즌이 막바지로 접어들수록 힘을 내는 중이다.

야수진은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주역이었던 이들이 부활을 알리고 있다. 최정 정근우의 국가대표 내야진은 물론, 시즌 초반부터 좀처럼 부진에서 탈출하지 못했던 박정권과 김강민이 급격히 페이스를 올려 중심타순에 자리 중이다.
외야진만 놓고 보면 김강민 박재상 조동화가 주로 선발로 출장하며 공수 모두에서 SK 왕조 시대를 그대로 재현한다. 내야진 또한 유격수와 포수 포지션만 제외하면 3차례 패권을 차지했을 때와 같은 멤버, 녹슬지 않은 기량이다. 여기에 김상현 한동민 안치용 이재원 등 대타 전력은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경험이 있다. 6번이나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면서 쌓은 노하우는 SK만 지니고 있는 장점 그 자체다. 경기 중 고비를 어떻게 넘겨야 하는지, 시즌 중 어느 경기에 집중하고 어느 경기서 긴장을 풀어 페이스를 조절하는지, 상대팀·상대 투수에 맞는 공략법은 무엇인지 등을 예전부터 터득하고 실행해왔다.
3일 잠실 LG전도 마찬가지였다. 경기 초반부터 흐름을 내줬고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접전을 펼쳤음에도 9회 역전극에 성공한 것은 박빙 승부가 몸에 깊숙히 배어있기 때문이다. 경기를 뒤집게 한 9회초 연속 안타 중 클린히트는 몇 번 없었지만 타자들 모두 상대 필승조를 눈앞에 두고도 포기 없이 승부를 벌였다.
이날 경기 9회초 대타로 타석에 들어서 결승타를 친 안치용은 1군 합류 당시 팀 분위기에 대해 “선수단 전체가 이전보다 파이팅이 넘치고 잘 뭉치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SK서 수 차례 우승을 경험한 베테랑 외야수 조동화 또한 “지금 팀 분위기는 이전과 판이하게 다르다. 지금은 정말 모두가 승리를 갈망하고 있다. 예전 우리 팀이 한창 독주했을 때의 분위기가 난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3일 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SK는 4위 넥센에 3.5경기 차이로 뒤져있다. 시즌 종료까지 26경기를 남겨두고 있고 넥센과는 3번 맞대결을 펼친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되살아난 가을 DNA가 기적을 향해 진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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