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차명석 투수코치가 일찍이 내년 시즌 목표를 밝혔다.
차 코치는 3일 잠실 SK전을 앞두고 “지난 시즌에는 불펜진을, 올 시즌에는 선발진을 만들었다. 내년 시즌에는 15승을 올릴 수 있는 토종 에이스를 만들겠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LG는 차 코치의 지휘 아래 급격히 마운드가 상승했다. 2011시즌 불펜진 평균자책점 3.82 블론세이브 15개로 리그 최다 33번의 역전패를 당했던 팀이 차 코치가 1군 투수코치가 된 2012시즌부터 완전히 진화한 것이다.

2012시즌 불펜진 평균자책점 3.60으로 공동 3위, 블론세이브 10번으로 리그 2위였고 역전패는 26번으로 최소 5위였다. 그리고 올해는 불펜진 평균자책점 3.30으로 리그 1위 블론세이브 10번으로 4위, 역전패 23번으로 3위다. 선발투수였던 봉중근의 마무리 전환이 대성공을 거둔 것은 물론, 유원상 또한 셋업맨으로 자기 자리를 찾게 했고 이동현도 이전의 구위와 가까워졌다. 또한 류택현 이상열의 베테랑에게 믿음을 주면서 기량을 100% 끌어올리도록 유도했다. 류택현이 은퇴의 기로에 서 있을 때 구단 측에 선수생활 연장 의사를 전한 이도 차 코치다.
선발진 또한 마찬가지. 2012시즌 10명이 넘는 투수들을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리며 퍼즐울 맞추기 시작하더니, 올 시즌 어느 팀 못지않게 강한 선발진을 구성했다. 특히 10승 외국인 듀오의 한 축인 벤자민 주키치의 극심한 부진에도 우규민 류제국 신정락이 높이 도약했다. 우규민이 일찍이 9승을 찍은 가운데 이들 모두 올 시즌 10승 달성 가능성이 열려있는 상태다. 우규민은 지난 시즌 종료 시점부터 일찍이 선발 전향을 준비시켰고, 신정락 또한 작년 여름부터 투구폼 수정에 들어가며 도약을 계획했다.
그러면서 LG는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 3.70으로 2위 롯데의 3.96에 한참 앞선 1위에 자리하고 있다. 2년 전 선발진과 불펜진 둘 중 하나도 갖춰지지 않았던 팀이 단숨에 리그 최강 마운드를 형성한 것이다. 현재 LG가 삼성과 승차 없는 치열한 선두경쟁을 벌이는 데에는 두터운 마운드의 비중이 크다.
하지만 차 코치는 이에 안주하지 않았다. 그 다음 목표, 그리고 궁극적 목표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차 코치가 직접 ‘15승 토종 에이스 투수’의 정체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류제국을 마음속에 넣고 있을 확률이 높다. 또한 이번 신인 지명을 통해 내년부터 LG 유니폼을 입는 임지섭 역시 차 코치의 구상에 이미 들어가 있을 것이다.
차 코치는 “지금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류제국도 내년 15승에 도전할 유력한 후보다”면서 “임지섭은 아직 주인 잃은 야생마 같은 존재다. 경주마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한다. 투구폼 등 다듬을 부분이 많은데 마무리훈련부터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덧붙여 차 코치는 “최종 목표는 외국인 투수가 필요 없는 마운드를 만드는 것이다. 아직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지만 외국인 선수 두 명 모두 타자가 되도 마운드가 굳건한 팀을 구성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LG 마운드는 불과 2, 3년 전만 해도 유망주와 외국인 투수의 무덤이었다. 기대를 모은 특급 신인들은 좀처럼 프로에서 자리 잡지 못했고, 거액을 투자한 외국인 투수도 실망만 남긴 채 한국을 떠나곤 했다. FA 계약을 체결한 에이스급 투수들도 LG 유니폼을 입으면 끔찍한 부진에 시달렸었다. 그러나 최근 LG에는 양질의 투수들이 가득, 누군가의 부진을 또다른 누군가가 메우며 리그 최강 마운드가 됐다. LG 마운드가 차 코치의 계획대로 장기 집권을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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