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그룹 엑소의 기세가 무섭다. 중화권을 ‘접수’하고 10대팬들을 강력하게 응집시키더니 20~30대까지 사로잡고 있다.
지난 6월 3일 발표한 정규 1집 ‘XOXO(Kiss&Hug)’는 무려 74만장을 팔아치웠다. SBS ‘인기가요’ 3주 연속 1위를 비롯해 KBS ‘뮤직뱅크’, MBC ‘쇼! 음악중심’, Mnet ‘엠카운트다운’ 등 각종 음악 순위 프로그램 정상도 싹쓸이했다. 열렬한 10대 팬덤 덕분이라고 폄하하기엔 발표 한달째를 맞은 ‘으르렁’의 음원성적은 아직도 상위권이다. 20~30대도 움직인다는 뜻이다.
엑소의 음반판매량은 아이돌 팬덤의 폭발력을 그대로 입증해내고 있다. 1집 앨범으로 42만 4260장을, 이후 8월 5일 공개된 1집 리패키지 앨범으로 31만 2899장을 판매한 엑소는 총 73만 7159장의 기록을 세우며 온라인 음악시장이 등장한 2005년 이래 최고 기록을 썼다.

10대팬들의 진격은 가요계서 이미 큰 이슈다. 엑소가 출동하는 자리마다 펜스가 무너지고, 추격 레이스가 펼쳐져 엑소주의보가 ‘발령’된다. 차량에 붙어 아찔하게 돌진하는 팬들의 기세는 “동방신기 이후 처음”이라는 평가다.
SBS '인기가요'는 당분간 엑소 팬들의 출입을 금하는 강경책을 내놓는가 하면, KBS는 '슈퍼주니어의 키스 더 라디오'에 엑소 출연 소식을 알렸다가 라디오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되기도 했다. 최근 중국 상해에서 돌아올 땐, 엑소가 비행기 티켓을 바꾸자 이를 따라 급하게 티켓 교환에 나선 약 100명의 팬들 때문에 비행기 이륙이 지연되기도 했다. 공항은 소속사 SM에 엑소가 오기 전 이를 사전에 알려달라고 협조를 구한 상태다.
이들이 데뷔 2년차에 이같은 돌풍을 불러일으킨 것은 천천히 뜸을 들인 글로벌 전략과 신선한 콘텐츠의 시너지가 상당했다는 평이다. 지난해 데뷔하기 전 100일 동안이나 티저사진, 영상을 풀며 세계 곳곳에 홍보가 되도록 기다린 후 첫 데뷔에 나선 이들은 한국 중심의 엑소-K, 중화권의 엑소-M으로 나뉘어 팬덤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이는 엑소가 1년만에 국내 컴백을 하기도 전에 앨범 선주문량이 30만장에 달하는 성과를 낳았다.
콘텐츠도 신선했다. ‘늑대와 미녀’는 12명의 멤버수를 제대로 이용한 차별화된 늑대 퍼포먼스로 10대 팬들을 확실히 사로잡았다. 이어 등장한 ‘으르렁’은 보다 쉬운 후크에 세련된 원테이크 기법 뮤직비디오로 20~30대 직장인들까지 끌어들였다. 12명의 멤버들이 ‘구멍’ 없이 우수한 비주얼을 뽐내고 있고, 또래 남성 특유의 건강한 남성미를 내세우고 있어 여성팬들이 대거 확보된 상태. 노골적이지 않은 남성미는 남성 네티즌에게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의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각종 투자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차츰 차츰 분위기를 달궈왔는데, 이번에 좋은 콘텐츠와 프로듀싱이 더해져 뜨거운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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