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 공룡들의 짝짓기 러시, 삼성전자는 그냥 ‘골드미스’?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3.09.04 11: 03

3일 마이크로소프트(MS)가 휴대폰 제조업체 노키아 인수를 발표하면서 글로벌 IT 공룡들의 ‘워너비’가 분명해졌다. 그들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 된 형태, 즉 iOS와 아이폰을 보유한 애플 모델을 가장 선호하고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노키아 인수는 PC 시대와 피처폰 시대의 종언을 고하는 의미가 있다. PC시대 소프트웨어의 제왕인 마이크로소프트와 피처폰 시대 통신기기의 제왕이었던 노키아는 ‘아이폰’의 등장 이후 급격하게 재편되는 모바일 시장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는 패착을 나란히 겪었다. 두 글로벌 기업의 고민은 하나로 모아졌다. 모바일 시대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완전결합체가 될 때 가장 뛰어난 효율을 보였기 때문이다.
애플은 작고한 스티브 잡스의 지휘 아래 지난 2007년 6월 ‘아이폰’을 탄생시켰다. 아이폰은 애플이 독보적으로 구축해 왔던 iOS를 운영체제로 사용했고 그 편의성과 안정성에 세계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환호했다.

애플 발 스마트폰 열풍에 세계 IT 공룡들은 거의 혼수상태에 빠져들었다. 휴대전화기에 단순하고 잡다한 기능을 얹을 줄만 알았던 제조사들에게는 휴대전화기를 ‘모바일 컴퓨터’로 삼아 제어하는 OS는 도무지 대응을 할 수가 없는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몰살 위기에 빠진 휴대전화기 제조사들을 구원한 것은 역시 소프트웨어 기업이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라는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개발해 전세계 제조사들에게 개방함으로써 마침내 숨통이 틔기 시작했다. 구글의 ‘개방전략’은 비슷한 유형의 역사가 그랬던 것처럼 빠르게 영역을 확장해 나갔고 세계 글로벌 모바일 운영체제에서 양적 우위를 차지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모바일 운영체제를 개방해 전세계 제조사들의 구세주가 된 구글도 단말기 제조사에 대한 욕망은 버릴 수 없었다. ‘워너비’ 애플이 있었기 때문이다. 구글은 지난 2011년 거대 통신기기 전문기업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세계 휴대 전화기 제조사들과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갔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것이 ‘모바일 시대’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느슨한 형태의 선택이었다면 MS가 노키아를 인수한 것은 생존을 위한 매우 절실한 선택이 됐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IT 공룡들이 갈 길은 뚜렷해졌다. MS가 보여 준 대로 소프트웨어가 주도하는 OS와 제조사의 완전결합체다.
세계 IT 전문가들은 MS의 노키아 인수가 구글에 끼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구글의 입장에선 모토로라 활용성이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MS가 궁극적으로 애플, 구글, MS의 삼자구도를 추구하겠지만 당장의 공략 대상으로는 전략이 비슷한 구글을 지목할 공산이 크다. 지금까지 모토로라의 활용성에서 비교적 소극적은 행보를 보여왔던 구글이 MS의 도전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글로벌 IT 공룡들의 짝짓기가 가속화 되면서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국내 제조사들의 입지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글로벌 휴대전화기 제조사로서 현재 삼성전자가 누리고 있는 명성은 전성기 시절 노키아의 그것에 버금간다. 쟁쟁한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사이에서 인기도 만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을 비롯해, 구글의 CEO 래리 페이지,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 등이 근래 줄줄이 방한해 삼성전자를 찾았다.
그런데 지금은 분위기가 좀 달라졌다. 최고의 파트너로 오매불망 삼성전자를 바라보던 그들이 하나 둘씩 짝을 맞아들이기 시작했다. 졸지에 삼성은 인기는 많으나 정작 반려자는 나타나지 않은 ‘골드미스’가 되고 말았다.
지난 수십 년간 기업들이 경험한 IT 생태계는 냉혹했다. 소프트웨어를 갖추지 않은 제조사는 결국 하청업체에 불과했고, 그들의 운명은 항상 바람 앞의 등불이었다. 이 같은 현실을 잘 아는 삼성은 독자 운영체제를 개발하려는 시도도 했고, ‘타이젠 연합’을 기획하기도 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아직 없다. MS의 노키아 인수를 바라보는 ‘골드 미스’ 삼성전자의 심경이 복잡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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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에서 만든 ‘윈도8’폰. /MS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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