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의 클리닝타임] “커쇼 대단해” 류현진 놀란 이유는?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9.04 14: 34

다른 것이 꼭 틀리다는 의미는 아니다. 같은 결론을 위해 다른 길을 택하는 경우도 많다. LA 다저스의 든든한 선발투수들인 류현진(26)과 클레이튼 커쇼(25)도 조금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등판 준비에서 그런 차이가 난다.
선발투수들은 등판 후 각자 정해진 일정에 의해 다음 등판을 준비하게 된다. 등판 다음날은 뭉친 근육을 풀고 그 다음 날은 러닝을 하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린 뒤 불펜피칭 후 다음 등판에 나서는 식이다. 이는 선수마다 세부적으로 조금씩 다르다. 선수의 몸과 성향이 다른데 천편일률적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국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는 보통 선발 등판 이틀 전 불펜피칭을 한다. 한국에서 프로에 데뷔해 7년을 뛴 류현진도 이런 광경에 익숙해져 있다. 그런데 메이저리그는 조금 다르다. 불펜피칭이 좀 더 빠르다. 어느 것이 맞다고 하기 보다는 야구 문화와 어렸을 때부터 들인 습관의 차이라고 봐야 한다. 류현진도 이런 ‘다른’ 광경에 적잖은 놀라움을 드러냈다.

류현진은 이런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일정에 대해 “대단하다”라고 했다. 류현진은 “사실 등판 후 이틀까지 근육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라면서 “그런데 커쇼와 그레인키는 다음날 러닝을 하고 그 다음날 불펜피칭을 한다. 그것도 전력으로 한다. 던지면서 몸을 푸는 것 같다”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류현진 또한 100개 이상을 던지는 선발투수이기에 그런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실제 커쇼는 등판 다음날 땀으로 흠뻑 젖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만큼 열심히 뛰기 때문이다. 그레인키도 마찬가지다. 철저하게 자신들 만의 ‘루틴’을 지킨다. 이런 몸 관리가 있기에 정상급 투수로 기량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철저한 관리는 류현진도 마찬가지다. 당초 5일 콜로라도전 선발 등판이 예정되어 있었던 류현진은 에딘손 볼케스를 6선발로 실험해보고자 하는 팀 사정 탓에 7일 신시내티전으로 등판이 바뀌었다. 혼란스러울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류현진은 4일 경기를 앞두고 묵묵히 몸을 풀었다. 다른 선수들이 웃고 떠드는 동안에도 자신이 정한 시간에는 튜빙·바벨과 함께 했다. 웃음기는 없었다.
보고 배우는 점도 있겠지만 류현진도 나름대로의 확고한 패턴이 있다. 이미 프로야구에서 7년 동안 뛰며 터득한 ‘맞춤형’ 패턴을 구축한 류현진이다. 메이저리그식에 억지로 끼워 맞출 이유가 없는 이유다. 류현진은 “어떻게 준비를 하든 마운드에서 잘 던지면 그만 아니겠느냐”라는 취재진의 말에 고개를 끄떡였다. 이미 자신의 확실한 영역을 갖고 있는 류현진의 여유 있는 모습에서 ‘신인’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럴까. "왜 불펜 피칭을 하지 않나"라고 의문을 표했던 현지 언론의 목소리도 쏙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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