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영일, '역경'을 '경력'으로 바꾼 남자
OSEN 이우찬 기자
발행 2013.09.05 06: 37

“운동할 때가 행복하다는 것을 배웠다”.
‘역경’을 거꾸로 하면 ‘경력’이 된다. 정영일(25)은 그동안 겪었던 ‘역경’ 속에서 재기할 수 있다는 ‘경력’을 쌓은 것처럼 보였다. 지난 3일 재활군에서 첫 훈련을 시작한 정영일을 4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만났다. 정영일은 몸만들기에 한창이었다.
SK는 지난달 25일 서울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신인 2차 지명회의’ 5라운드에서 미국 메이저리그 출신 정영일(25)을 지명했다. 정영일은 2006년 LA 에인절스에 입단한 유망주였지만 팔꿈치 부상과 토미존 수술 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구단에서 방출됐다. 이후 고양 원더스와 일본 독립리그 가가와를 거쳤다.

정영일은 “많이 힘들었다”라며 지난 3일 시작한 첫 훈련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이어 “기초체력과 밸런스를 찾기 위한 훈련을 위주로 했다. 그동안 운동을 하지 않다가 정상적으로 선수들과 훈련을 하니까 힘들었다”라고 덧붙였다. 몸 상태에 대해서는 “특별히 아픈 데는 없다. 체력만 떨어져 있는 상태다”라고 했다.
2011년 에인절스에서 방출됐던 정영일은 2012년 고양 원더스와 연이 닿았다. 정영일은 “당시 원더스가 창단할 때였다. 가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다”면서도 “김성근 감독님과 개인적인 인연은 없었지만 김성근 감독님께서 먼저 손을 뻗어주셨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영일은 “김성근 감독님께서 워낙 훈련이 많기로 유명하셔서 힘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같이 야구할 수 있는 동료들이 있었다. “훈련에 적응하고 나서는 재밌게 야구했다. 힘들어도 원더스 동료들이 있어서 즐겁게 야구했다”고 말했다. 정영일은 “김성근 감독님께서 따로 조언을 해주시기보다 항상 정신력을 강조하셨다”고 회상했다.
‘SK맨’ 정영일이 생각하는 SK 야구는 어떨까. 정영일은 “밖에서 바라봤을 때 SK 야구는 상대하기 까다로운 팀일 것 같았다”며 “뛰는 야구를 하고 치고 달리는 기동력이 좋은 팀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팀의 선수로 뛰게 됐으니까 많은 힘을 갖고 공을 던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정영일은 당당히 SK에 지명 받았다. 민경삼 SK 단장은 지명 회의 당시 “야구에 대한 간절함이 있다. 과거 고교 당시 150km 공을 쉽게 던졌던 투수다”라고 말했다. 정영일은 “미국야구 출신이 부담스럽지는 않다. 갔다 온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내 할 것만 하면 된다”며 “몸 만드는데 집중하겠다”고 했다.
7년 동안의 역경은 성공과 실패를 떠나 경력으로 남았다. 정영일은 “그 때 당시에는 힘들었던 순간들이 너무 싫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그 때는 운동할 여건이 됐어도 이것저것 자신에게 핑계를 댔다”고 했다. “지금은 힘들어도 그 때를 생각한다”며 “운동할 때가 행복하다는 것을 배웠다”고 했다. ‘SK맨’ 정영일의 야구 인생 2막이 이제 막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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