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술적인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상황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 2위와 한 경기 반 차, 선두와 두 경기 반 차는 가시권이지만 상대가 알아서 떨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선두 경쟁 재가세로 적어도 플레이오프 직행을 노리는 두산 베어스. 그러나 내부에서 단속해야 할 불안 요소도 굉장히 큰 만큼 낙관은 금물이다.
두산은 지난 4일 대전 한화전서 7-5 승리를 거두며 시즌 전적 60승2무46패로 3위에 위치해있다. 선두 LG와는 2경기 반 차이가 나고 2위 삼성과는 한 경기 반 차, 4위 넥센과는 2경기 차다. 이 가운데 김진욱 감독은 “3위, 4위 자리에 대해 생각하고 있지 않다. 우리의 목표는 더 위에 있다. 현재 주어진 상황에서 매 경기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일단 선수들의 시즌 종료 시까지 분발을 촉구하는 의미임에 분명하다. 올 시즌 두산은 투수진의 기복이 컸던 가운데서 야수진의 힘을 앞세워 반등에 성공했다. 오뉴월 끝없는 투수진의 부진 속에 4위 안에 들 수 있을 지 걱정했던 당시의 두산이 올라올 수 있던 데는 투수진의 충원은 물론이고 야수진의 힘이 컸다.

그러나 2위까지 오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방만한 낙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미 2000년대 후반부터 두산은 이 부분으로 인해 발목 잡혀 왔다. 김성근호 SK를 쫓다가 갑작스레 하위팀에 발목 잡혀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고 연승과 연패 기복이 컸다. 다른 팀에 비해 분위기를 타는 경우가 많았던 만큼 떨어지는 낙차도 컸다. 2011시즌 2위로 4월을 마쳤다가 7위까지 곤두박질쳤던 그해 5월이나 상위팀과 잘 싸우고도 하위팀에 맥을 못 췄던 '곰길동‘ 시절도 있다.
이 가운데 두산이 확실하게 믿고 있는 전열 가세 요인이 있는 지 생각해 봐야 한다. 최근에야 알려졌으나 어깨 견갑골 석회화 증세로 3년 간 윤활 주사도 자주 맞았던 더스틴 니퍼트는 계속 복귀를 노리는 처지다. ‘되겠지’. ‘되겠지’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 어느덧 한 달이 훨씬 넘었다. 팔꿈치 수술 후 1군에서 한 번도 등판하지 못했던 우완 이용찬은 복귀할 경우 계투로 출장해야 한다. 그런데 부상 경력이 있으니 포스트시즌에 맞춰 온다고 해도 연투를 지시하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팬들은 ‘두목곰’ 김동주가 돌아오길 바란다며 성화다. 김 감독도 꾸준히 2군 경기에 나선다면 출장할 수 있다는 어조로 이야기했다. 일단 2군에서 백의종군 중이라는 것이 그나마 김동주가 가세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주지만 돌아온다고 해도 전성기의 타격을 기대하기는 무리가 있다.
현재 코칭스태프는 1군 멤버들의 분발을 바라는 마음이지만 타격은 잘해야 3할이다. 10번 중 3번 치고 7번을 아웃당한다. 빠른 발을 앞세운 주자들을 갖추고 있으나 이전처럼 좋은 출루 능력을 계속 보여줘야 한다. 니퍼트가 없는 상황에서 데릭 핸킨스가 3일 한화전처럼 꾸준히 호투해야 하는 데 핸킨스가 그동안 호투했던 경기들은 KIA-한화가 안 좋을 때였다. 그리고 LG는 지난 10년과 달리 선수단에 긍정 에너지와 힘이 가득하고 디펜딩 챔프 삼성은 2년 연속으로 고기를 먹어본 팀이다. 두산의 긍정론만으로 ‘2위 그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라고 웃을 수 없는 이유다.
최근 몇 년 간 두산은 분위기를 크게 탔던 팀이다. 상승세를 탈 때는 한없이 좋았다가도 갑작스러운 패배에 고꾸라지고 미끄러졌다. 2007년 SK와의 한국시리즈도 그랬고 미끄러지던 전례가 많다보니 미끄러진 순간 급작스럽게 강박관념을 가졌고 결국 쫓기는 입장이 되어 떨어졌다. 다른 팀에 비해 분위기를 타는 동작이 워낙 컸던 두산이다. 선발진이 완비되지 않은 현재를 감안하면 그 가능성은 충분히 크다. 4일 한화전만 하더라도 쉽게 이길 수 있던 경기를 7-5까지 따라잡혔다.
넘치는 자신감 대신 냉정함을 바탕한 철두철미한 마음이 필요한 때다. 앞으로의 경기를 모두 잡아낸다는 각오가 아닌 이상 냉정히 봤을 때 두산은 플레이오프 직행까지 갈 수 있다고 낙관할 수 없는 팀이다. 수 년 전 선두에 올라있음에도 이기기 위해 집요하게 상대를 파고들었던 SK 같은 끈질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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