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흔의 진단, “2013 두산, 뛰어야 산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9.05 06: 24

“생각해보면 우동수 시절의 파괴력은 없잖아요. 대신 발 빠른 선수들이 누상에서 상대 배터리를 흔들고 압박할 때 경기가 잘 풀립니다. 지금 우리 팀은 뛰어야 사는 팀이에요”.
준족의 후배들을 높였다. 그리고 그 또한 1루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아끼지 않았고 깜짝 도루도 성공시켰다. 공포의 ‘우동수’ 클린업 시절을 기억하는 홍성흔(36, 두산 베어스)은 또다른 팀 컬러로 팀의 더 큰 상승세가 이어지길 기대했다.
FA 자격 재취득으로 두산에 복귀한 홍성흔은 올 시즌 107경기 2할9푼7리 13홈런 61타점을 기록하며 활약 중이다. 일부 팬들은 비난 일색이지만 그는 현재 후반기 33경기 3할4푼5리로 정확성을 과시하고 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경기 전 그는 먼저 움직이며 행동하는 리더. 동기생 임재철, 투수진 맏형 김선우, 리드오프 이종욱 등과 함께 두산의 팀 분위기를 다시 밝게 만드는 선봉장 중 한 명이다.

최근 홍성흔은 “우리 팀은 이제 발 빠른 선수들이 뛰어야 최대 효과가 나는 팀”이라며 준족 후배들의 공을 높이 샀다. 현재 두산은 팀 도루 147개로 단독 1위. 발야구 팀 컬러를 다시 찾은 데는 발 빠른 선수들의 시도 자체가 빛났다. 조원우 주루 코치도 상대 허를 찌를 수 있는 베이스러닝 방법을 연구하고 선수들과 함께 골몰한 결과가 팀 도루 1위와 발야구 부활이다. 도루 10위 내 오재원(33개, 3위), 이종욱, 민병헌(이상 24개, 공동 6위) 등이 포진되어 있으며 정수빈도 20개의 루를 훔쳤다.
“우동수(타이론 우즈-김동주-심정수) 시절에는 중심타선의 파괴력이 어마어마했지만 지금은 그 정도의 파괴력이 아니지 않은가. 대신 발 빠른 선수들이 앞장서서 출루한 뒤 기민하게 움직이며 상대 투수와 포수를 긴장시킨다. 상대 수비를 흐트러뜨릴 수 있는 데다 후속 타자들을 압박하는 만큼 그 힘은 엄청나다”.
홍성흔의 이야기대로 최근 수 년 간 두산의 팀 성적이 가장 좋았던 때는 발야구가 활발했을 때다. 2007년 세 명의 30도루 선수(이종욱-고영민-민병헌)를 배출하며 원조 발야구팀이 되었던 두산은 그해 4월을 거의 최하위로 마쳤으나 급격한 상승세를 타며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성공했다. 2009년까지 활발한 주루 플레이를 강조했던 두산은 2010시즌 거포 중심의 야구로 변모하며 악착같던 팀 컬러가 사라졌다. 한 방을 중시하되 떨어질 때는 그 기복도 컸다. 강팀에는 강해도 하위팀에 덩달아 약했던 ‘곰길동’ 이미지가 나온 것은 사실 그 때부터다.
올 시즌 4개의 도루를 기록 중인 홍성흔이지만 그는 원래 뛰는 주자가 아니다. 대신 땅볼을 치고도 열심히 뛰는 타자주자인데다 때로는 위험한 1루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도 아끼지 않는다. 지난 8월29일 NC전서는 기습 도루를 성공시키며 상대를 더욱 혼란시켰던 바 있다. 그는 “잘 뛰는 후배들이 활발하게 뛸 때 우리 팀이 산다”라며 준족 후배들의 기를 더욱 북돋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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