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1위 싸움이 혼돈 속으로 빠졌다. 1~2위 LG와 삼성이 주춤한 사이 3위 두산이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잔여 20~21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1위 싸움이 삼자 대결로 구도가 재편됐다. 역대 통틀어 가장 치열한 1위 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
5일 현재 LG가 63승44패로 단독 1위에 올라있고, 삼성이 61승44패2무로 1경기 뒤진 2위에 있다. 두산이 60승46패2무로 LG에 2.5경기, 삼성에 1.5경기 뒤진 3위로 바짝 따라붙었다. 2.5경기차는 한 번 흐름을 타거나 잃을 때 충분히 뒤집어질 수 있는 차이.
이처럼 1위 싸움이 혼돈에 빠진 데에는 삼성의 부진이 결정적이다. 삼성은 8월 이후 11승15패로 9개팀 중 7위에 그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팀 평균자책점이 무려 4.92로 KIA(5.20) 다음으로 높다. 삼성의 든든한 원천이었던 마운드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수비 실책도 같은 기간 17개를 저질러 두 번째로 많다. 삼성답지 않게 기본에서 무너지고 있다.

그 사이 두산이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두산은 8월 이후 가장 많은 16승(9패)을 거뒀다. 7월까지는 1위 삼성에 7경기차 뒤진 4위였지만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맹추격했다. 8월 이후 팀 타율이 무려 2할9푼5리로 9개팀 중 가장 높으며 경기당 평균 득점도 5.4점으로 최다. 이 기간 동안 유일한 한 자릿수 실책(7개)으로 수비도 탄탄하다.
삼성의 부진과 두산의 반등 속에서도 LG는 꾸준하게 정상적인 페이스를 유지했다. 8월 이후 15승10패로 9개팀 중 3위의 성적을 내며 선두 등극에 성공했다. 이 기간 동안 LG는 팀 평균자책점 2위(3.54)이며 팀 타율(0.279)-득점(5.3점)도 나란히 2위에 랭크돼 투타의 조화가 이뤄지고 있다. 큰 기복 없이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의 침체가 생각보다 오래 가고 있고, 두산의 반등이 만만치 않으며 LG가 확실하게 달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1위 싸움은 지금보다 더욱 혼전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상대전적에서 승부가 갈리게 될 전망. LG-삼성 3경기, LG-두산 3경기, 삼성-두산 2경기씩 총 8경기에서 따라 향방이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예측은 쉽지 않다. LG는 삼성과 두산에 모두 7승6패로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삼성과 두산은 7승7패로 호각세를 이루고 있다. 상대성에서 큰 차이가 있지 않은 팀들이라 맞대결에서 유불리를 따지기가 어렵다.
한편 역대 프로야구에서 1위 싸움이 3자 구도로 펼쳐진 경우가 몇 차례 있다. 1990년 1위 LG는 2위 해태, 3위 빙그레와 승차가 불과 1.5경기-2.0경기밖에 되지 않는 접전을 벌였다. 다승제였던 2003년에는 1위 현대, 2위 KIA, 3위 삼성이 각각 80승-78승-76승으로 4승 이내에서 시즌 막판까지 1위 경쟁을 했다. 올해도 뭔가 예사롭지 않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