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석의 씁쓸한 자랑, "나 때문에 펜스 바뀌었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09.05 10: 40

두산-한화에서 활약했던 전 프로야구 선수 정원석(36)이 지난 4일 한화와 두산의 경기가 열린 대전구장을 오랜만에 방문했다. 경기 전 두산-한화 선수들과 관계자들을 만나 환담을 나눈 정원석은 현역 때보다는 몸이 살짝 불어있었지만 표정은 밝았다. 특유의 쾌활함과 입담이 여전했다. 
그러나 반팔 티셔츠를 입은 정원석의 오른팔에는 수술 자국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그를 은퇴하게 만든 바로 그 부상 흔적이었다. 한화 소속이었던 지난해 4월15일 문학 SK전에서 수비 중 딱딱한 외야 펜스에 정면으로 부딪쳐 쓰러졌고, 그 바람에 오른손 중수굴 탈골 진단을 받고 재활을 했다. 
부상 후유증으로 정원석은 한화 구단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고, 아쉬움 한가득 남긴 채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야구에 대한 열의가 강한 그는 "지금이라도 한 달 정도 몸을 만들면 충분히 다시 할 수 있다"고 의욕을 보였다. 은퇴 후 그는 대전 서구 둔산동에 맥주집을 차리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날의 부상만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이다. 그는 "너무 억울한 마음에 문학구장을 상대로 소송을 하려고 했다. 변호사를 선임해서 법적인 조치를 알아 봤는데 그런 사례가 마땅치 않아 할 수가 없었다. 이제부터라도 선수들을 위해 펜스 안전과 그에 대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행히 정원석의 부상 사건을 계기로 펜스 문제가 공론화됐고, 올해부터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전국 야구장 펜스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 문체부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손을 맞잡고 펜스 교체와 관련한 세부 계획을 구체화했다. KBO는 메이저리그 경기장 시설 전문가를 초빙해 안전 기준을 마련하며 노하우를 습득했다. 
정원석은 "대전구장도 펜스가 많이 좋아진 것 같다. 내가 다친 덕분이다. 나 때문에 펜스가 바뀐 것 아닌가"라며 씁쓸하게 웃은 뒤 "이제는 선수들이 펜스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마음껏 플레이했으면 좋겠다. 나는 운이 너무 안 좋았다. 나 같은 선수는 더 이상 나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선수들에게 흉기와 다름없었던 딱딱한 펜스. 그 때문에 허무하게 야구 인생을 마감한 정원석의 희생으로 이제는 펜스와 관련한 아픈 기억으로 과거로 사라질 수 있을 듯하다. 은퇴 선수 신분의 정원석은 "펜스와 관련해서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돕겠다. 펜스 교체 작업이 차질없이 잘 이뤄줬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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