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성인대표’ 박지수, 한국女농구 현재 아닌 미래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3.09.05 09: 36

한국여자농구의 향후 20년을 책임질 미래가 등장했다.
주인공은 청솔중학교 3학년 신분으로 국가대표 예비명단 16인에 이름을 올린 박지수(15, 193cm)다. 국가대표 여자농구팀은 오는 10월 27일 태국 방콕에서 개막하는 아시아선수권에 맞춰 진천선수촌에서 합숙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4일 방문한 선수촌 농구코트에서 가장 큰 선수가 바로 눈에 띄었다. 바로 박지수였다.
주장 이미선(34, 삼성생명)과 박지수는 이모와 조카뻘이다. 박지수 다음 막내인 박혜진(23, 우리은행)과도 8살 차이가 난다. 대표팀 언니들은 까마득한 후배가 그저 대견할 뿐이다. 박지수는 “사실 나이차이가 나도 너무 나서 어려웠어요. 워낙 잘해주시니까 제가 먼저 다가서야죠”라며 수줍게 웃었다.

박지수는 아직 성장판이 열려 있는 상황. 성인들과 달리 몸이 완전치 않아 무리한 운동은 금물이다. 위성우 감독 역시 이를 배려해 박지수에게 무리한 운동은 시키지 않고 있다. 박지수는 3:3 전술훈련 등 주요훈련을 악착같이 다 소화했다. 소속팀과 비교할 수 없는 높은 훈련강도다.
위성우 감독은 “박지수는 몇 년 뒤 여자농구를 이끌 재목감이다. 하지만 아직 중학생이다. 힘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 당장 성인무대는 힘들 수 있다. 과도한 훈련은 부상을 낳을 수 있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이어 “최종엔트리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박지수는 성인대표와 함께 훈련한 것만으로도 얻은 것이 많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무리해서 뽑기 보단 길게 보고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프로농구가 도입된 후 여자선수들은 웨이트 트레이닝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특히 외국선수와 몸을 부딪치며 상대하는 센터들은 그 절실함을 배로 느낀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전혀 해본 적 없는 박지수는 하체가 부실하고 밸런스가 잡히지 않은 상태다. 박지수는 “언니들과 힘에서 가장 큰 차이가 난다. 대표팀 훈련을 해보니까 힘들다. 집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며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대표팀 선배들은 박지수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최근 결혼한 새댁 강영숙은 “지수가 센스가 좋고 정말 열심히 해서 기특하다. 나는 그 나이 때 180cm가 조금 넘었다. 재능은 정말 축복을 받았다”며 기를 살려줬다.
정선민 대표팀 코치는 “지수가 신체조건과 마인드가 참 좋다. 습득도 빠르다. 우리 때도 저렇게 큰 선수는 없었다”고 칭찬한 후 “다만 웨이트가 전혀 안 되어 있다. 웨이트를 하면 키가 안 큰다는 소리가 있는데 낭설이다. 나 때도 타이어도 끌고 다 했다. 모든 농구는 철저한 기본기가 바탕이라는 걸 본인이 깨우쳐야 한다. 무엇보다 다치지 말아야 한다”고 진지하게 조언했다.    
원래대로라면 박지수는 5일 여수에서 개막하는 추계전국남녀중고농구연맹전에 출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성인국가대표 선수선발을 위해 대한농구협회에서 중학교에 협조를 구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한다. 청솔중 역시 대승적 차원에서 흔쾌히 박지수를 대표팀에 보냈다.
위성우 감독은 “지수가 한참 작은 또래들과 하던 버릇이 들었다. 대표팀 와서 큰 언니들과 하면서 슛 쏠 때 점프를 처음 했다고 하더라. 대표팀에서 훈련한 것만으로도 소득이 있을 것”이라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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