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스 저주 안다” 임창용, 시작부터 돌직구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9.05 06: 16

비록 메이저리그(MLB) 경험이 없는 임창용(37, 시카고 컵스)이지만 그간 쌓인 내공에서 나오는 행동은 당당했다. ‘염소의 저주’를 언급하며 시작부터 현지 언론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해 말 시카고 컵스와 2년 계약을 맺은 임창용은 오랜 인고의 시간 끝에 메이저리그(MLB) 승격이라는 감격적인 꿈을 이뤘다. 한국나이로 30대 후반에 이른 임창용은 안정적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MLB라는 꿈의 무대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두 번째 팔꿈치 수술이라는 악재 탓에 “무모하다”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임창용은 개의치 않았다.
재활을 마치고 루키리그부터 천천히 단계를 밟아간 임창용은 트리플A 아이오와 컵스에서 뛰어난 기록을 남겼다. 11경기에서 11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0.79의 빼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피안타는 5개에 불과했고 삼진은 무려 12개였다. 중간에 오른 어깨 통증으로 7일 부상자 명단에 오르기도 했지만 임창용의 도전의식을 가로막지는 못했다.

컵스는 40인 로스터 확장에 맞춰 2일(이하 한국시간) 3명을, 4일 4명을 승격시켰으나 임창용의 이름은 없었다. 그러나 트리플A에서 뛰어난 성적을 남겼고 2014년 주요 불펜 전력으로 생각하고 있는 임창용을 외면하기는 어려웠다. 컵스는 5일 임창용을 승격시킴과 동시에 팀 출전 로스터에 포함시켰다. 임창용의 MLB 데뷔전도 이제 초읽기에 들어갔다.
미 언론들도 임창용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ESPN은 “임창용은 17년 동안 한국과 일본에서 뛰었던 베테랑이다”라면서 “2008년 이후 야쿠르트에서 뛰며 128세이브와 2.09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며 자세한 기록을 설명했다. ESPN은 “몇몇 메이저리그 팀에서 관심을 보였으나 재활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컵스가 가장 적합한 팀이라 선택했다”라는 임창용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한편 임창용은 승격 후 미 언론들의 질문에 당당한 태도로 임했다. 미 언론들은 임창용에게 “컵스라는 팀과 그 역사에 대해 아느냐”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임창용은 통역을 통해 “저주를 잘 알고 있다. 100년이 됐다”라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컵스를 괴롭히는 ‘염소의 저주’를 말한 것이다. 이제 임창용이 그 저주를 하나둘씩 풀어갈 퍼즐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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