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1일 천하는 없다.
LG가 15일 만에 1위 자리를 탈환, 1994년 이후 처음으로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정조준하고 있다. LG는 4일 잠실 SK전에서 9회말 이병규(7번)의 끝내기타로 2-1 신승, 1위에 자리했던 삼성이 KIA에 5-7로 지면서 지난 8월 20일에 이어 다시 선두에 등극했다.
그러면서 LG의 1위 사수 여부에 야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다. 16일 전 LG의 선두 등극이 ‘1일 천하’로 끝났음을 돌아보면 더 그렇다. 8월 20일 LG는 목동 넥센전에서 5-3으로 승리, SK에 4-8로 패한 삼성을 제치고 16년 만에 후반기 1위, 18년 만에 8월 1위를 달성했었다. 하지만 다음날 넥센에 4-6으로 역전패했고 삼성이 SK를 9-7로 꺾으면서 하루 만에 2위로 내려간 바 있다.

큰 의미는 없으나 일단 LG는 5일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1위를 유지한다. 삼성이 5일과 6일을 쉬기 때문에 LG가 대전 한화전에서 패하더라도 승률 58.3%로 삼성 승률 58.1%보다 높다. 적어도 이전처럼 ‘1일 천하’는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최종순위다. 10월 3일 시즌 종료 시점에서도 LG가 선두에 자리할 가능성이 높아진 요인들을 하나씩 살펴본다.
▲ ‘마운드 불안’ 심각한 삼성의 페이스
아직 20경기 이상 남았기 때문에 삼성이 이대로 무너질 거라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후반기들어 삼성의 최대 강점이었던 마운드가 흔들리고 있음을 부정하기 힘들다. 실제로 삼성의 후반기 평균자책점은 4.43으로 9개 팀 중 6위에 불과하다. 지난 1일 두산전과 3일과 4일 KIA와 2연전에서 장원삼 밴덴헐크 윤성환 선발투수 3인방 모두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며 선발 대결부터 밀렸다. 후반기 불펜 평균자책점은 4.93으로 최하위다. 삼성의 최대 강점인 ‘철벽 마무리’ 오승환은 8월 25일 이후 세이브 상황을 맞이하지 못하고 있다. 후반기 팀 타율 2할9푼, 경기당 5.2득점으로 공격력은 준수하지만 불안한 마운드로 인해 특유의 ‘승리방정식’을 잃어버렸다.. LG의 1위 재탈환 역시 LG가 고공행진을 한 것이 아닌, 삼성이 좀처럼 페이스를 찾지 못한 게 크게 작용했다. 지금의 흐름이 지속된다면, 삼성의 반격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 유원상의 성공적 복귀
반면 LG 마운드는 꾸준히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비록 최근 역전패의 빈도가 잦아지긴 했으나 대량실점은 없다. 리즈-우규민-류제국-신정락-신재웅으로 구성된 선발진 또한 꾸준히 자기 몫을 한다. 불펜진 과부하의 우려는 유원상이 성공적으로 복귀하며 지웠다. 지난 8월 22일 문학 SK전부터 다시 1군 엔트리에 등록된 유원상은 최근 5경기서 8⅓이닝 동안 무실점 행진을 펼치는 중이다. 직구 구속이 올라온 것은 물론, 결정구 슬라이더의 각도도 지난 시즌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이미 승리조에 편성된 상태로 4일 SK전에서도 1-1로 팽팽히 맞서던 9회초에 마운드에 올라 최정 박정권 김강민 클린업트리오를 삼자범퇴로 돌려세웠다. 이로써 LG는 시즌전 구상했던 불펜 필승조를 완벽히 구축, 리그 최강 마운드를 시즌 끝까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 김기태 감독의 적절한 페이스 조절
LG는 치열한 1위 싸움에도 좀처럼 오버페이스하지 않았다. 순위에 신경 써서 페이스를 올리기 보다는 지금 전력 그대로 페넌트레이스에 임하겠다는 여유다. 그리고 이러한 LG의 여유가 전력에 있어 플러스 효과를 내고 있다. 지난 8월 27일 3일 휴식 후 임한 넥센전에서 중심타자 정성훈이 컨디션 난조에 시달리자 과감하게 정성훈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이후 정성훈은 28일 넥센전부터 선발라인업에 복귀했고, 4일 SK전까지 20타수 9안타(타율 4할5푼)의 맹타를 휘두르며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또한 당시 일정상 선발투수 2명을 붙여 기용하는 1+1 전략이 가능했으나 무리하지 않았다. 8월 27일 넥센전에서 선발투수 우규민이 6이닝, 28일은 리즈가 7이닝을 정상적으로 소화했다. 9월 1일부터 31인 확장 엔트리가 시행됐음에도 오히려 한 자리 여유를 둔 채 페넌트레이스에 임하는 중이다. 그러면서 남은 엔트리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2군 선수들을 콜업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동시에 1군 선수들은 한 자리 여유로 2군행에 대한 조바심을 느끼지 않는다. 피말리는 선두경쟁에도 심리적으로 안정됐고 무리하지도 않는다. LG가 갑자기 흔들릴 가능성은 낮다.
▲ ‘2무’ 불리함 지운 상태. 결국 맞대결이 좌우
삼성이 갖고 있던 ‘2무’에 대한 부담도 지워버렸다. 올 시즌 LG는 9개 구단 중 유일하게 단 한 차례도 무승부 경기를 하지 않았다. 반면 삼성은 두 번의 무승부 경기를 기록했다. 한국프로야구 규정상 무승부 경기는 치르지 않은 경기로 간주하기 때문에 5할 승률이 넘을 경우, 승률에서 플러스 효과. 즉 0.5승의 가치를 지닌다. LG가 삼성을 제치기 위해선 무조건 2승을 더해야하는 것이다. 하지만 4일 LG가 이기고 삼성이 패하면서 LG는 더 이상 불리한 입장이 아니다. LG와 삼성 모두 시즌 종료까지 21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이대로 똑같은 전적을 기록할 경우 LG가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차지한다. 이제부터는 LG가 자력으로 1위를 사수할 수 있다는 말이다. 결국 9월 7일과 8일, 그리고 29일 양 팀의 세 번 맞대결로 1위 싸움의 향방이 결정될 확률이 높다. LG는 올 시즌 삼성과 맞대결에서 7승 6패로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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