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3년 간 완급조절을 했다면 이제는 힘껏 던지겠다”.
자존심 회복을 위해 배수의 진을 쳤다. 이전에는 기본적인 힘이 되는 상태에서 완급조절을 택했다면 이제는 생존을 위한 전력투구다. ‘써니’ 김선우(36, 두산 베어스)가 또 한 번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김선우는 올 시즌 무릎 부상과 종아리 통증, 발목 타박상 등 여러 부상이 잇달아 겹치며 12경기 4승6패 평균자책점 5.68에 그쳤다. 하필 투구 축이 되는 하체에 모두 부상을 입었고 그로 인해 제 구위를 뽐내기 힘들었던 올 시즌이다. 기본 구위가 예년만 못한 상태에서 완급조절을 먼저 생각하고 던지다보니 상대 타자들에게 위압감을 심어주지 못했다.

그 때문이었을까. 지난 1일 확대 엔트리 실시와 함께 일단 등록 없이 1군 선수단에 합류한 김선우는 “이제는 세게 던질 것이다”라며 공언했다. 함께 있던 이효봉 XTM 해설위원은 “네가 힘 빼고 던지면서 잘 되지 않았니”라며 물었으나 김선우는 씩 웃으며 “다시 공이 빨라져도 놀라지 마십시오”라고 답했다.
2008년 미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 무대로 돌아온 김선우는 첫 2년 만 해도 손쉽게 150km 이상의 공을 던졌던 파워피처였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첫 해에는 어깨 부상이 겹치며 6승을 따내는 데 그쳤고 2009년에는 11승을 올렸으나 평균자책점 5.11로 에이스로서 안정감이 떨어졌다.
그러다 2010년 13승, 2011년 16승을 거두며 에이스의 진면모를 과시했던 바 있다. 당시 김선우는 빠른 공 일변도가 아니라 체인지업 구사 비율을 높여 수싸움에서 우위를 가져갔다. 직구 구속이 점차 떨어진 것을 변화구 구사력으로 상쇄했는데 이제는 기본적인 직구 구위가 점차 떨어졌던 만큼 일찍부터 완급조절을 한다는 것이 타자에게 확실하게 통하지 않았다.
결국 김선우는 또 한 번의 변신을 꾀했다. 일단 긴 이닝 소화는 둘째 치고 전력투구로 위기를 스스로 돌파하겠다는 각오다. 지난 5월9일 문학 SK전서 5이닝 4피안타 무실점 선발승을 거뒀을 당시 이미 전력투구로 나섰던 바 있다. 이닝 소화는 5이닝에 그쳤으나 일단 자신이 가진 힘을 모두 내뿜고자 했던 김선우다.
5일 잠실 KIA전 선발로 예고된 김선우. 시즌 전 “(이)용찬이의 부상이 없었다면 나는 후배들과 선발 보직 경쟁을 했을 투수”라며 팀의 일원으로 힘을 보태는 것이 우선이었음을 밝혔던 김선우는 5연승을 달리고 있는 팀의 또다른 추진력이 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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