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26, LA 다저스)의 시즌 27번째 선발 등판이 미뤄졌다.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으나 허리 통증으로 로테이션을 한 번 건너뛴다. 여기에는 돈 매팅리 LA 다저스 감독의 세심한 배려가 있었다. 류현진도 감사함을 표시했다.
지난 8월 31일 샌디에이고전에서 시즌 13승째를 따낸 류현진은 이번주에 선발 등판 일정이 두 번이나 바뀌었다. 당초 류현진의 다음 등판은 5일(이하 한국시간) 콜로라도 로키스 원정 경기였다. 그러나 돈 매팅리 감독이 ‘임시 6선발’ 에딘손 볼케스를 실험할 의사를 밝힘에 따라 류현진의 등판은 그 다음 경기인 7일 신시내티 레즈전으로 밀렸다.
그런데 5일 경기를 앞두고 또 류현진의 선발 일정이 바뀌어 취재진이 부산해졌다. 경기 전 매팅리 감독은 “류현진의 허리통증으로 7일에는 크리스 카푸아노가 등판한다. 류현진은 11~12일 경기 중 하루에 등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류현진은 허리통증으로 사실상 로테이션을 한 번 건너 뛴 셈이 됐다. 지난 6월 초 발에 타구를 맞아 한 차례 이런 적이 있었는데 다시 그런 상황이 벌어졌다.

선발 변경은 류현진이 매팅리 감독과 릭 허니컷 투수코치에게 자신의 상황을 솔직하게 설명하면서 시작됐다. 류현진은 “샌디에이고전 등판 이후 허리가 조금 당겼다”라고 했다.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좋지 않은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기보다는 선발 등판을 미루는 쪽이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중요한 경기였다면 참고 던질 정도는 됐지만 팀에 여유가 생긴 상황에서 굳이 그럴 이유도 없었다.
이 사정을 전해들인 매팅리 감독도 류현진의 상황을 고려해 흔쾌히 일정을 바꿔줬다. 류현진은 이미 13승을 거둔 다저스 선발진의 핵심 요원 중 하나다. 포스트시즌에서의 비중도 적지 않다. 매팅리 감독은 류현진에게 “지금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시간이 있으니 준비를 잘 하라”라며 휴식 시간을 부여했다. 류현진은 이에 “감독님이 편안한 상황에서 던질 수 있게 배려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실 감독은 여러 가지 구상을 가지고 한 시즌을 운영한다. 매팅리 감독의 구상 속에 류현진의 부상이라는 시나리오는 있지 않을 법했다. 그러나 매팅리 감독은 군말 없이 선발 로테이션을 변경했다. 당초 10일 선발로 예정됐던 크리스 카푸아노가 손해를 볼 수도 있었지만 매팅리 감독은 류현진을 우선에 둔 것이다. 팀 내의 든든한 입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매팅리 감독은 5일 경기 후 “류현진의 몸 상태를 본 뒤 선발 로테이션 구상을 할 것”이라고 하며 또 한 번 류현진을 중심에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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