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메이저리그(MLB) 무대를 밟는다. 오랜 인고의 세월 끝에 자신의 꿈을 이뤘다. 임창용(37, 시카고 컵스)이 MLB 데뷔전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첫 보직은 어떤 것일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시카고 컵스는 5일(이하 한국시간) 구단 공식 발표를 통해 임창용의 승격을 알렸다. 지난해 말 MLB 진출의 꿈을 품고 컵스와 2년 계약을 맺은 임창용은 오른쪽 팔꿈치 인대접합수술(토미존 서저리) 재활 이후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드디어 MLB라는 ‘꼭대기’에 섰다. 리빌딩 작업에 한창인 팀도 2014년 불펜 전력의 핵심 중 하나로 임창용을 간주하며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임창용은 이르면 7일 리글리필드에서 열리는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홈경기에서 역사적인 MLB 데뷔전을 가질 예정이다. 7일 경기가 아니라도 밀워키와의 3연전 중 한 경기에는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관심을 모으는 것은 임창용의 보직이다. 언제, 어느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를지 키를 쥐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임창용은 궁극적으로 팀 마무리 보직을 노리고 있지만 일단 첫 경기부터 중책을 맡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메이저리그 코칭스태프도 임창용의 구위와 장·단점을 직접 눈으로 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처음에는 추격조 임무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미 언론의 시각이다. 부담이 적은 상황에서 등판해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게 하는 것이 컵스로서도 남는 장사다.
실제 40인 로스터 확장에 맞춰 MLB 무대에 승격한 선수들은 이런 상황에서 등판했다. 지난 4일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경기가 그랬다. 컵스는 이날 선발 에드윈 잭슨이 5이닝 3실점하고 내려갔다. 2-3으로 뒤진 상황에서 갓 올라온 알베르토 카브레라와 잭 로스컵이 차례로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무실점으로 합작했다. 아무래도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는 기존 불펜 요원 중 가장 믿을 만한 선수를 쓸 수밖에 없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일단 마이너리그 성적을 보면 우타자를 상대로 월등히 강한 면모를 선보였던 임창용이다. 임창용은 트리플A 레벨에서 11경기에 뛰며 우타자를 상대로는 9푼5리의 환상적인 피안타율을 선보였다. 미 언론들도 이런 임창용의 모습에 주목하며 “독특한 투구폼은 우타자들에게 공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승부처에서 우타자를 상대로 임창용을 투입할 가능성도 높다. 좌완 상대 원포인트는 러셀에 라일리와 로스컵이 보강돼 일단 한숨을 돌린 것도 생각해야 한다.
실제로는 좌·우 타자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임창용이지만 이렇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에서 등판해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찍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다. 아직 몸 상태가 100% 올라왔다고 장담할 수 없는 데다 궁극적으로 내년을 바라보고 있는 임창용이 너무 무리할 필요도 없다. 스웨임 컵스 감독이 불펜의 ‘무한경쟁’을 선언한 상황에서 자신의 입지를 서서히 넓혀가는 임창용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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