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자체 훈련이 열린 5일 대구구장. 류중일 삼성 감독이 모처럼 펑고 배트를 잡았다. 수비 코치 시절부터 공포의 펑고 훈련으로 악명(?)이 높은 류 감독의 등장에 선수들은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정현, 정병곤, 모상기가 주요 대상. 이들은 류 감독의 수비 훈련에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타격 훈련 차례를 기다리던 김태완은 "펑고 정말 잘 치신다"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옆에 있던 강명구와 김상수는 "예전에는 더 대단하셨다"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감독님께서 펑고 치시기 전에 배트로 땅 한 번 짚을때 그 공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게 김상수의 증언. 타구 속도와 템포 모두 빨라 류 감독의 펑고를 받고 나면 녹초가 되기 일쑤. 정병곤은 "캠프에 온 느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정현은 "정말 레벨이 다르다. 전력으로 팔을 쭉 뻗어야 잡을 수 있다"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류 감독의 펑고 대상은 내야수 뿐만이 아니었다. 류 감독은 타격 훈련을 마치고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강봉규, 박한이, 최형우, 배영섭 등 외야수들에게 글러브를 챙겨 나올 것을 지시했다. 류 감독 또한 라커룸에 가서 배팅 장갑을 착용한 뒤 그라운드로 나타났다. 이른바 '단디 해보자'는 의미였다.
류 감독이 오랜만에 펑고 배트를 잡은 건 이유는 하나.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리기 위한 선택이었다.
삼성은 전날 KIA에 5-7로 패하며 LG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류 감독은 이날 훈련을 앞두고 "다시 한 번 뭉치자"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그리고 감독, 코칭스태프, 선수들 모두 20여 분간 장거리 러닝을 소화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던 송삼봉 단장 또한 와이셔츠 차림으로 장거리 러닝에 동참했다.
삼성은 아쉽게 1위 자리를 내줬지만 '다시 하면 된다'는 분위기로 똘똘 뭉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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