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얼굴만 보면 월드스타 싸이와도 비슷하고 개그맨 김준현과도 비슷하다. 비록 플래툰 4번 타자이지만 이날만큼은 그가 최고의 영웅이었다. 전날(4일)까지 잠실 타율 3할3푼3리로 강점을 비춘 오재일(27, 두산 베어스)이 다시 한 번 잠실스타일임을 뽐냈다.
오재일은 5일 잠실 KIA전에 4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장해 3회 호수비를 펼친 동시에 3회 동점 내야안타와 5회 쐐기 투런 포함 3타수 2안타 1홈런 3타점을 올리며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오재일과 김재호의 결승타 포함 3안타 맹타에 힘입어 두산은 KIA를 6-2로 꺾고 최근 6연승을 달리며 선두권 경쟁을 혼전으로 이끌었다.
가장 먼저 빛을 발한 것은 오재일의 호수비. 오재일은 1-2로 뒤진 3회초 1사 1루서 신종길의 잘 맞은 타구를 역동적인 점프로 잡아낸 뒤 착지와 함께 1루 베이스를 찍었다. 굉장히 잘 맞아 빠르게 지나가는 타구라 수비가 쉽지 않았으나 오재일은 이 슈퍼 세이브로 김선우의 추가 실점을 막았다.

이후 오재일은 3회말 2사 2,3루서 3루-유격수 방면으로 타구를 때려냈다. 땅볼이 예상되었으나 3루수 이범호가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행운이 따랐고 이는 오재일의 동점 3루 내야안타로 기록되었다. 행운이 따른 뒤 오재일은 3-2로 앞선 5회말 1사 1루서 김진우의 4구 째 슬라이더(132km)를 잡아당겨 우월 쐐기 투런으로 연결했다. 자신의 시즌 3호 아치다.
과정 자체가 좋았다. 앞서 김진우는 세 개의 커브를 던져 오재일의 방망이를 유도하고자 했고 실제로 2구 째를 헛스윙해 볼카운트가 1-2로 불리했다. 커브 세 개 이후 좀 더 빠른 슬라이더로 스윙을 유도할 계획이었으나 슬라이더가 한복판으로 몰렸고 오재일은 이를 놓치지 않고 잡아당겼다. 오재일의 포착 능력과 힘이 돋보인 순간이다.
사실 오재일은 올 시즌 잠실에서 3할4푼9리(43타수 15안타) 2홈런 15타점으로 강한 면모를 비추고 있다. 지난해 7월 넥센에서 이적해 온 오재일의 지난해 잠실 성적도 2할6푼3리 3홈런 10타점. 그해 2할3리 8홈런 25타점임을 감안하면 잠실에서 강한 편이었다고 볼 수 있다.
비록 오재일은 확고부동한 4번 타자는 아니다. 포지션 중첩으로 인해 개막 후 꽤 긴 시간을 2군에서 보냈고 1군 콜업 후에도 오른손 타자 최준석과 출장을 분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분명 일발장타력과 안정된 1루 수비는 높이 평가할 만 하다. 오재일이 1루에 설 때 오재원, 김재호 등 2루수들은 외야 잔디까지 나가는 넓은 수비 시프트를 펼칠 정도다. 오재일은 분명 잠실스타일의 좋은 좌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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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