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승리 카드가 슬럼프를 딛고 살아났다. 신고선수에서 일약 두산 베어스 필승 카드까지 우뚝 선 사이드암 오현택(28)이 팀 승리를 이끌고 시즌 5승 째를 따냈다. 무엇보다 전반기 좋았던 구위를 회복한 것이 중요했다.
오현택은 지난 5일 잠실 KIA전 2-2로 맞선 4회초 2사 1,2루서 선발 김선우를 구원등판해 3⅓이닝 동안 3탈삼진 퍼펙트 피칭을 펼쳤다. 팀은 오현택이 마운드에 있는 동안 6-2 리드를 선물했고 덕택에 오현택은 시즌 5승(2패) 째를 거뒀다.
지난해까지 2년 간 상무 에이스로 활약한 뒤 올 시즌 비로소 1군 풀타임 시즌을 치르고 있는 오현택은 52경기 5승2패5세이브7홀드 평균자책점 2.83을 기록 중이다. 함께 지난해 상무 원투펀치였던 좌완 유희관과 함께 계투 여러 부문에서 분전한 오현택이 없었다면 두산의 현재 선두권 경쟁은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오현택도 첫 풀타임 시즌의 여독은 확실히 풀지 못했다. 전반기 40경기 3승2패5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 2.30으로 활약했던 오현택은 후반기 시작과 함께 크게 흔들렸다. 7,8월 한여름 동안 20경기 1승1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 4.00. 표면적으로는 크게 나쁘지 않아보이지만 승계 주자 실점이 높았다. 18이닝 동안 3개의 홈런을 내줬는데 모두 승계 주자 출루 상황에서 공이 몰려나왔다.
당시 정명원 투수코치는 “현택이를 내보낸 것은 장타는 맞지 말라고 내보낸 것이었는데”라며 제자의 난조를 안타까워 했다. 춤추던 공의 움직임이 타자 앞에서 정직하게 변하면서 공략도가 높아졌다. 다행히 윤명준, 김명성 등이 계투진의 새 얼굴로 자리하면서 오현택에게 쉴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셋업맨이었던 오현택의 보직도 대신 맙업맨 및 롱릴리프로 옮겨졌다.
5일 KIA전도 사실 생각보다 일찍 무너진 선발 김선우의 슬럼프 여파를 진화하기 위한 롱릴리프 역할이었다. 다행히 오현택은 상무 복무 시절 긴 이닝을 던져본 경험이 있던 데다 그동안 연투를 피해있던 만큼 3이닝 이상을 소화할 수 있었다. 투수가 많은 공을 던지며 자기 감을 찾는 경우가 있는데 오현택은 위기에서 김주형을 헛스윙 삼진처리한 후 이어 7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단 한 명의 타자도 출루시키지 않았다. 위기를 넘은 뒤 승계주자가 없는 상태에서 편하게 던진 동시에 34개의 공을 던지며 제 밸런스를 찾았다.
경기 후 오현택은 “무엇보다 팀의 6연승이 가장 의미있다. 최근 부진해서 마음 고생을 많이 했는데 밸런스도 찾고 팀에 도움이 되어 다행이다”라며 “동점에서 등판해 실점 하지않고 우리 팀의 좋은 타격을 믿고자 했다. 또한 제구에 신경 쓰며 최대한 긴 이닝을 소화하려 했다”라고 밝혔다. 상무 시절도 그렇고 전지훈련에서도 롱릴리프를 대비한 훈련을 한 만큼 실전에서도 3이닝 이상을 던질 수 있음을 보여준 오현택이다.
뒤이어 그는 “오늘(5일)은 변화구 특히 슬라이더가 원하는 각으로 제구되어 잘 풀어갈 수 있었다. 후반기 들어 체력도 떨어졌고 투구 밸런스가 흐트러지며 제구하기 힘들었는데 지난 8월30일 마산 NC전부터 좋아진 것 같다. 그 경기가 터닝포인트가 된 것 같다”라고 밝혔다. 그때도 오현택은 2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좋은 투구 내용으로 롱릴리프 역할을 소화했다.
상무 시절 오현택은 자기 계발에 큰 힘을 쏟던 투수였다. 직구-커브로 다소 단조롭던 투구 패턴에서 또 다른 구종을 최대한 많이 익히기 위해 스스로 실험을 많이 했고 퓨처스리그 무대는 제대로 된 무대였다. 신고선수 입단 후 6년차 만에 비로소 1군 무대에서 빛을 발하며 올스타전 무대에도 섰던 오현택. 그가 다시 살아나며 팀의 확실한 자산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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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