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차가 뭐예요’ 노경은, “로테이션 개근, 내 무기”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9.06 13: 30

“제가 내세울 수 있는 것이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있다는 것 같아요. 직장인으로 따지면 월차 안 쓰고 일하는 거잖아요. 그럼 연봉도 더 오르겠지요”.(웃음)
2013년은 국내 선발 시련기로도 볼 수 있다. 류현진(LA 다저스)이 메이저리그로 떠난 후 각 팀의 에이스들은 저마다 슬럼프와 부상 등으로 주춤했다. 두산 베어스 우완 에이스 노경은(29)도 슬럼프를 겪었으나 그는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키며 국내 선발 최다이닝-최다 탈삼진-최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로 국내 선발 투수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노경은은 올 시즌 25경기 9승8패 평균자책점 3.54(9위)를 기록 중이다. 때로는 부침을 겪었고 승운도 모자랐으나 현재 그는 두산 선발진에서 개막 이후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개근 선발이다. 9개 구단 전체로 봐도 국내 선발 투수 중 투구이닝 1위(155이닝, 전체 6위), 탈삼진 1위(135개, 전체 2위), 퀄리티스타트 1위(17회, 공동 5위)다. 승수를 제외한 누적 스탯으로 보면 국내 선발 투수 중 첫 손에 꼽히는 노경은이다.

5일 잠실 KIA전을 앞두고 만난 노경은은 “후반기가 되니 솔직히 힘이 떨어지는 감도 있다. 직구 평균 구속이 약간 떨어진다고나 할까”라면서도 “포크볼에서 약간 변형된 싱커를 구사하면서 ‘칠 테면 쳐봐라’라는 식으로 공을 던지고 있다. 그 덕분인지 최근에는 투구수가 많이 줄어든 것 같다”라고 현재 자신의 투구를 자평했다. 범타 유도형 싱커 장착 뿐만 아니라 최근 노경은의 호투 경기를 살펴보면 커브가 좋을 때 그의 투구 내용도 좋다.
사실 노경은의 경우는 백스윙 시 팔을 받쳐놓은 듯 세웠다가 앞으로 쑥 잡아채며 뿌리는 스타일이다. 지난해 마무리를 맡았던 스캇 프록터와 비슷한 스타일로 힘이 형성되는 파워포지션을 확실하게 구축할 수 있다. 노경은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지도했던 김진욱 감독은 “(노)경은이는 그 각이 형성되었을 때 가장 좋은 공을 던진다. 그래서 그 투구 매커니즘에 걸맞는 직구-커브 조화가 좋을 때 가장 좋은 투구를 펼친다”라고 평했다.
“저도 제 커브가 좋을 때 직구도 좋아진다고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 요즘은 준비하면서 커브도 자주 던져보며 감을 익히는 중이에요. 다만 힘 떨어질 때 우격다짐으로 객기 부리면 안 될 것 같아서.(웃음) 오히려 불펜 투구 때 좋으면 실전에서 안 좋거나 긴장하는 경우가 많아서 반대로 이미지 트레이닝도 하고 있습니다. 불펜 때 일부러 ‘별로 안 좋다’라는 식으로. 투수는 마운드에서 좋아야 진짜 좋잖아요”.
로테이션을 꾸준하게 지키고 가능한 많은 퀄리티스타트로 기본 몫을 하는 것은 선발 투수의 미덕 중 하나다. 특히 올 시즌은 국내 선발 투수들이 부상 등을 겪으며 로테이션 공백을 남기는 경우가 많은 해다. 노경은은 지난 시즌 정도의 특급 성적을 올리고 있지는 않지만 적어도 개근 선발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 하다. 삼성의 윤성환과 함께 노경은은 꾸준한 선발로서 자신의 기본 몫을 해내는 투수임에 틀림없다.
“시즌을 시작하면서 제가 나서야 할 경기는 빠지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지금 로테이션을 개근하고 있다는 것이 제가 내세울 수 있는 가장 좋은 성적인 것 같아요. 일반 회사원들로 치면 월차 안 쓰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과 같잖아요.(웃음) 올 시즌 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그리고 그 다음 해에도 제가 꾸준하게 가져야 할 목표이자 선발로서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알려졌다시피 노경은은 아마추어 시절 최대어에서 오랜 암흑기를 걷다가 뒤늦게 제 기량을 펼치고 있는 대기만성 투수다. 뒤늦게 꽃을 피운 만큼 노경은은 자신의 현재에 대해서도 생경하다는 뜻을 밝혔다. 그리고 새로운 요소가 많은 만큼 더 많은 것을 하고자 했다. 늦게 피는 꽃인 만큼 그는 더 많은 것을 해내고 싶어했다.
“제가 지금 160이닝 가까이 해냈다는 것이 솔직히 지금도 실감이 안 나요. 아직도 제가 던진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그리고 아직도 지난해처럼 경기를 뛰고 시즌을 치를수록 새로운 것들이 많습니다”. 로테이션 개근과 함께 더 많은 것을 배우는 노경은의 야구 성장판은 아직도 닫히려면 한참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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