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수목드라마 '칼과 꽃'이 비극적 결말로 그 여정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비극적 결말만큼 만족스럽지 못한 시청률로 씁쓸한 마지막을 맞아야 했다.
지난 5일 오후 방송된 '칼과 꽃' 마지막회에서는 연충(엄태웅 분)과 무영(김옥빈 분)의 사랑과 복수가 두 사람의 죽음으로 마무리되는 모습이 그려졌다. 드라마는 마치 처음부터 예고돼 있었던 것처럼 천천히 비극의 끝으로 흘러갔다.
'칼과 꽃'은 KBS 2TV 드라마 '화이트 크리스마스', '적도의 남자' 등으로 미학이 살아있는 연출을 보여준 김용수 PD의 작품으로 첫 방송 전 화제를 모았다. 또한 김용수 PD와 환상의 호흡을 선보인 '엄포스' 엄태웅과 '박쥐', '시체가 돌아왔다' 등 영화판에서 독특한 카리스마를 발산했던 김옥빈의 출연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칼과 꽃'은 결정적으로 초반 기선 제압에 실패했다. 화면은 아름다웠으나 음악은 괴상했고, 등장인물들은 대사 대신 눈빛으로 대화했다. 이 같은 낯선 드라마에 시청자들은 좀처럼 적응하지 못했다. 드라마는 방송 첫 주 6%대(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동일)의 시청률을 기록하더니 그 다음 주인 3, 4회에는 5%대의 시청률을 나타냈다. 지상파 뿐 아니라 케이블과 종편 채널에서도 양질의 드라마가 넘치는 요즘, 시청자들은 오랜기간 진득히 기다려주는 '고객'이 아니다. 그렇기에 '칼과 꽃'은 초반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했고 마지막까지 시청률 반등에 실패했다.
사실 '칼과 꽃'의 저조한 시청률에는 나쁜 대진운도 한 몫을 했다. 이 드라마는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방송을 시작한 지 약 1달이 지나서야 첫 방송을 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이미 1회 7.7%에서 4회 16.1%까지 시청률 수직 상승을 이뤄낸 이후였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후속작 '주군의 태양' 또한 만만찮은 상대였다. 그렇기에 이미 '칼과 꽃'에서 떠나버린 마음이 다시 돌아오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처럼 저조한 시청률은 배우들의 열연이 있었기에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김옥빈은 초반 사극과 어울리지 않는 연기라는 평을 받으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금세 사라졌다. 그는 비극적 사랑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외모로 비련의 여주인공 무영을 표현했다. 엄태웅 또한 몸 사리지 않는 액션과 진중한 감정 연기로 자신의 이름값을 아깝지 않게 만들었다.
또한 최민수, 노민우, 김영철 등의 배우들은 탁월한 연기력으로 브라운관을 장악했다. 최민수는 연개소문이 살아돌아온 듯한 강한 카리스마를 선보였다. 반면 김영철은 이야기 전개상 죽음을 맞을 때까지 조용한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두 사람은 이처럼 우열을 가리기 힘든 연기 대결을 펼쳤다. 노민우는 '칼과 꽃'의 히든카드였다. 예쁘장한 얼굴에서 뿜어져나오는 악역의 '포스'는 비극적 이야기를 더욱 애절한 비극으로 몰아갔다. 드라마가 보여준 아름다운 화면과 배우들의 열연이 있기에 많은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한편 '칼과 꽃'의 후속으로는 시추에이션 2부작 드라마 '연애를 기대해'가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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