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판연기' 류현진, 휴식이 좋은 두 가지 이유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9.06 06: 11

류현진(26, LA 다저스)의 질주에 잠시 제동이 걸렸다. 허리 통증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한 차례 건너뛰었다. 그러나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긍정적인 요소도 많다. 스스로에게나, 팀에나 모두 득이 될 수 있는 선택이다.
돈 매팅리 LA 다저스 감독은 5일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갑자기 선발 예고를 변경했다. 변경된 선수는 류현진이었다. 류현진은 당초 7일 신시내티 원정 3연전 첫 경기 선발로 예고되어 있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샌디에이고전 등판 이후 허리가 좋지 않았던 류현진의 사정을 감안해 로테이션을 한 번 걸렀다. 현지에서도 화제가 된 뉴스였다.
류현진은 이에 대해 “큰 이상은 아니다. (샌디에이고전) 슬라이딩 때문도 아니다”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다만 “안 좋은 상황에서 던지기 보다는 편안한 상황에서 던지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무리하면 던질 수 있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포스트시즌 진출 전선에 여유가 있는 팀 사정을 생각하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는 류현진의 요청을 전격 수용한 매팅리 감독의 생각에서도 공히 읽을 수 있다.

물론 아쉬움이 남는 결정일 수도 있다. 류현진은 올 시즌 13승5패 평균자책점 3.02를 기록 중이다. 167이닝을 던지며 다저스 선발 로테이션의 든든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팬들이나 관계자들은 내심 류현진이 더 좋은 성적을 내줬으면 바랐던 것이 사실이다. 만약 시즌을 15승과 200이닝으로 끝낼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을 수 없는 루키시즌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1경기를 놓쳤다는 게 아쉽다는 의견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류현진은 멀리 보고 있다. “2점대 평균자책점에 욕심이 난다”라고 했지만 수치에 크게 얽매이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해온 것에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주위의 높아진 기대치에 잠시 귀를 닫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게 류현진의 의지다. 그런 측면에서 올 시즌 처음 찾아온 허리 통증을 최대한 안전하게 다루겠다는 류현진의 생각은 매우 현명했다. 소탐대실의 실수를 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현지 언론에서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어차피 다저스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사실상 확정된 분위기다. 9월 중순부터는 본격적인 관리 태세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시즌에서 류현진이 짊어질 짐을 생각하면 지금은 휴식을 취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매팅리 감독 또한 류현진에게 “지금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하라”고 조언했다. 선수의 시즌 막판, 그리고 팀의 대사를 생각하면 이번 휴식은 결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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