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가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좋은 감을 유지하는 것. 공격력이 바탕된 연승이라면 그 열기가 언제 수그러들지 알 수 없다. 6연승을 달리며 선두 경쟁 가세 중인 팀 타율 1위(2할9푼) 두산 베어스. 그러나 그 근간에 투수진보다 타격의 힘이 큰 만큼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
두산은 지난 5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KIA전에서 동점타-쐐기 투런에 슈퍼 세이브를 보여준 오재일과 김재호의 결승타 등을 앞세워 6-2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두산은 시즌 전적 61승2무46패(3위, 5일 현재)를 기록하며 최근 6연승으로 선두권을 압박해갔다. 이날 경기가 없던 2위 삼성과는 한 경기 차, 한화에 1-2로 패한 선두 LG와는 한 경기 반 차다.
6연승은 올 시즌 두산의 최다 타이 연승 기록. 지난 6월21일 잠실 한화전 7-2 승리부터 29일 마산 NC전 2-1 승리까지 무승부 한 번 포함 6연승을 달린 이래 다시 한 번 6연승에 성공했다. 이번에는 6연승 기간 동안 총 40득점을 올리며 경기 당 6.7점으로 화력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8월30일 마산 NC전 5-4 승리 외에는 엎치락뒤치락하지 않고 기세를 선점하는 경기를 펼치고 6연승을 달리는 두산이다.

타선의 힘을 기반으로 한 6연승이라는 점은 두산이 계속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다. 올 시즌 두산은 팀 타율 1위는 물론 최다 득점(595득점), 최다 타점(556타점), 최다 도루(149도루), 최고 장타율(4할2푼1리), 최고 출루율(3할7푼2리), 8할에 가까운 OPS(7할9푼3리) 등 전체적으로 뛰어난 화력을 발산하고 있다. 특정 선수에 의존하기보다 두꺼운 야수진의 힘이 바탕되었고 적극적 주루 플레이가 큰 보탬이 되었다.
첫 번째 6연승 전례를 돌아보아도 두산이 경계해야 할 부분은 확연하게 나타난다. 6연승 당시 더스틴 니퍼트와 노경은이 각각 선발 2승씩을 따냈다. 6월26일 광주 KIA전 4-4 무승부 당시는 선발 유희관이 5⅓이닝 2실점으로 승리 요건을 갖췄으나 홍상삼의 블론세이브로 경기를 그르쳤고 나머지 두 경기서는 퇴출된 개릿 올슨이 선발로 나섰다. 그래도 올슨이 각각 5이닝, 6이닝 씩은 던졌다.
더욱 주목해야 할 부분은 6연승 당시 마지막 승리. 6월29일 마산 NC전서 2-1 신승을 거뒀던 두산은 타선 냉각 속 그나마 선발 노경은의 6이닝 1실점 호투 후 김상현-정재훈-오현택-홍상삼의 계투 작전으로 이겼다. 결승타는 7회 1사 만루서 민병헌의 방망이가 아닌 밀어내기 볼넷 타점. 투수진이 그나마 선발 호투에 이은 계투 작전을 펼쳤으니 망정이지 6연승도 성공하지 못할 뻔 했다. 그리고 결국 이튿날 투수 교체 전략 실패로 인해 5-9 역전패를 당한 두산이다.
현재 두산 투수진은 완비되지 않았다. 계투진은 정재훈의 마무리 가세, 윤명준의 두각 등으로 상황이 나아졌으나 선발진은 아직도 아쉽다. 고질적인 견갑골 석회화 증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에이스 니퍼트는 아직 실전 복귀 타이밍이 언제가 될 지 알 수 없다. 노경은-유희관은 자기 몫을 해주고 있다. 데릭 핸킨스의 경기 내용은 점차 좋아지고 있으나 아직 그의 호투 경기는 KIA, 한화 하위팀과의 대결이었다. 두 번의 팔꿈치 수술을 이겨내고 부활을 노리는 이재우는 6일 선발 등판 예정인데 긴 이닝 소화 여부는 불분명하다. 5일 선발이었던 맏형 김선우는 3⅔이닝 2실점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경기를 만들어가는 선발진이 확실히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두가 보인다’라고 먼저 들뜨는 것은 분명 시기상조다. 2008년 9연승과 9연패를 함께 경험했던 중심타자 김현수는 “안정되지 않은 타격을 바탕한 연승은 언제 끊어질 지 모른다. 가볍게 들뜨면 더 크게 가라앉을 수 있는 만큼 진중해야 한다”라며 오히려 연승 모드에 경계심을 품고 있다. 김진욱 감독도 “한 경기 한 경기 필승 의지로 우리 페이스를 잘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신중한 속내를 비췄다.
지난해 두산이 강한 선발진을 기반으로 3위에 올랐다면 올 시즌은 지난해 맥을 못 추던 타자들의 힘이 유독 크다. 그러나 타격은 안타 성공률 3할, 출루율 4할이면 잘한다는 평을 받는 부문이다. 없어서는 안 되지만 모든 것을 의존할 수 없는 불안한 존재다. 그 타격에 의존한 두 번째 6연승. 두산이 절대 안심하고 향후 일정을 낙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시즌이 끝나려면 아직 19경기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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