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원(22, 선덜랜드), 자신감 키워야 산다.
홍명보호 출범 후 5경기 만의 마수걸이 승리에도, 4골의 골 잔치에도 미소를 짓지 못했다. 지난 6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아이티와 친선 경기서 원톱의 중책을 안고 선발 출격했지만 고개를 떨궜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구자철과 바통을 터치했다. 지동원의 얘기다.
홍명보호는 오랜만에 찾아온 골 폭죽에 첫 승(4-1)의 기쁨을 만끽했다. 유독 한 남자는 웃지 못했다. 비운의 주인공은 지동원이다. 홍명보 A대표팀 감독은 아이티전 최전방 공격수로 지동원을 낙점했다.

지동원에게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아이티는 무시할 수준의 상대는 아니었지만 분명 한국보다 한 수 아래의 팀이었다. 지동원을 보좌한 손흥민 이근호 고요한 등도 좋은 컨디션을 뽐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의 몸놀림이 산처럼 무거웠다. 지동원도 경기 후 인터뷰서 "생각보다 몸이 무거웠다. 그래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고 고개를 숙였다.
첫 째도, 둘 째도 자신감이 부족했다. 자신감이 없다 보니 패스와 슈팅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과감성도 아쉬움을 남겼다. 최전방 공격수 역할과는 거리가 멀었다. 45분을 뛰며 전반 10분에 때린 슈팅이 유일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아 지동원의 플레이를 지켜본 최진한 전 경남 감독도 "좌우 움직임과 동료 선수들과 스위칭 플레이는 좋았다. 하지만 돌아서야할 때 돌아서지 못하는 것 같다. 자신감이 부족해 과감하지 못한 부분이 아쉬웠다"고 평가했다.
축구 인생 최대 위기다. 지동원은 올 시즌 원소속팀 선덜랜드로 복귀했다. 치열한 경쟁 가운데 시즌 초반 기회를 잡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개막 후 3경기 연속 출전했다. 3라운드 크리스탈 팰리스와 경기서는 선발 출전의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천금같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역시 자신감 결여가 문제였다. 크리스탈 팰리스전서 동료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헤딩 슈팅으로 연결시키지 못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머리만 갖다대면 골이 될 수도 있었던 절호의 기회를 몸을 사리면서 날려보냈다. 지동원은 소극적인 이 행동 하나로 현지 언론과 팬들의 거센 뭇매를 맞아야 했다.
심기일전이 필요한 때다. 지동원은 아우크스부르크 임대 시절과 지난해 런던올림픽 때 기억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 지동원은 영국 단일팀과 올림픽 8강전서 빨랫줄같은 왼발 중거리 선제골을 작렬시키며 승리를 이끌었다. 올림픽 축구 사상 첫 동메달 신화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올 겨울 반 시즌 임대를 떠난 아우크스부스크에서도 대성공을 거뒀다. 독일 분데스리가 17경기 연속 선발 출전해 알토란 같은 5골을 터트렸다. 리그 마지막 경기서는 잔류에 쐐기를 박는 골을 넣었다. 누가 뭐래도 잔류 신화의 일등공신은 지동원이었다.
당시의 좋은 느낌을 떠올려야 한다. 지동원은 올림픽 무대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펼쳤다. 허나 지금 그의 모습을 보면 나사가 하나 빠진 느낌이다. 물론 선덜랜드에서 온전한 출전 시간을 보장받지 못해 실전 감각이 다소 떨어진 탓도 있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가 이 위기를 넘지 못한다면 그 누구도 구제의 손길을 보낼 수 없을 터.
이날 전반 내내 부진을 면치 못한 지동원에게 홍 감독이 내린 처사도 후반 시작과 동시에 벤치로 내보내는 것이었다. 고난의 연속이다. 소속팀에 이어 A대표팀에서도 위기가 찾아왔다. 지금 지동원에게 가장 필요한 건 자신감 회복이다. 하루 빨리 돌파구를 찾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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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