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래도 최고의 루키시즌을 보내고 있는 류현진(26, LA 다저스)이다. 지금까지의 성적만 놓고 봐도 충분히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런데 이런 류현진을 괴롭히는 요소가 딱 하나있다. 허리 통증도 아니고 체력적 부담이 아니다. 바로 주위의 기대치에 의한 부담감이다.
류현진은 올 시즌 13승5패 평균자책점 3.02의 뛰어난 성적을 내고 있다. 올해 워낙 괴물 같은 루키가 많아 다소 가려진 측면은 있지만 예년 같았으면 신인왕의 강력한 후보가 됐을 법한 성적이다. 팀 내 입지도 확고해졌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 그리고 사이영상 경력이 있는 잭 그레인키에 이어 3선발로 공인되고 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다.
최근 허리 통증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한 번 건너뛰었지만 류현진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류현진은 “크게 아픈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중요한 경기였으면 던졌을 것”이라는 말로 못 던질 상태는 아님을 드러내기도 했다. 오는 10일부터 열리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3연전 중에서는 던질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 만큼 다음주에는 류현진의 힘찬 투구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으로는 휴식을 반기는 심정도 있다. 류현진은 벌써 167이닝을 던졌다. 메이저리그의 이동거리와 첫 시즌에 대한 적응기를 생각하면 분명 쉽지 않은 시즌 막판이다. 류현진은 “체력적으로 지치거나 힘든 것은 없다”라고 하면서도 “지금 시기에서 쉬는 것은 투수로서는 무조건 좋다”라고 내심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어차피 포스트시즌을 바라보는 있는 팀이기에 굳이 무리할 필요도 없다.
이처럼 현지 적응도 순조롭고 몸이나 체력에 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런 류현진을 신경 쓰이게 하는 부분이 딱 하나 있다. 바로 주위의 부담감이다. 당초 류현진은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면서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면 성공”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류현진은 이미 그 목표치를 초과달성했다. 그러자 시즌 전 기대치는 싹 지워지고 이제는 더 큰 기대치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에 류현진도 적잖은 부담감을 털어놨다. 류현진은 “이 정도면 잘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기대치가 너무 커졌다”라고 웃어보였다. 이어 “부담이 된다”라고 덧붙였다. 5승을 하면 10승, 10승을 하면 15승 식으로 커지는 기대치가 부담스럽다는 것이었다. 한 경기에라도 삐끗하면 쏟아지는 의구심도 류현진을 괴롭히는 요소다. 매 경기 잘할 수는 노릇이지만 이미 류현진에 대한 기대치는 너무 커져 있다. 전 국민들의 눈과 귀가 쏠려 있는 이상 피할 수 없는 요소이기도 하다.
한화 시절부터 이런 부담감에는 익숙했던 류현진이다. 때문에 이런 부담감이 경기 내용에 영향을 미치거나 한다는 악순환은 없다. 다만 이런 경기 외적인 스트레스도 잘 이겨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올해 이미 13승을 거둔 류현진의 내년 기대치는 더 높아져 있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류현진의 남은 시즌은 부담감을 이겨내는 것에서부터 시작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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