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녀석한테 완전히 속았어".
한화 신인 좌완 투수 송창현(24)은 김응룡 감독이 직접 주목하고 데려온 선수로 유명세를 탔다. 송창현은 2013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전체 20순위로 롯데에 지명됐으나 제주 국제대 시절 그를 직접 지켜본 김응룡 감독의 요청에 따라 장성호와 1대1 트레이드 돼 데뷔도 하기 전 한화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었던 송창현은 시범경기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5월 중순부터 1군에 올라온 뒤 선발·중간을 오가며 25경기 2승4패 평균자책점 4.56으로 순수 신인치고는 데뷔 첫 해부터 빠르게 자리 잡아가고 있다. 리빌딩하는 한화에서는 더욱 빛나는 존재.

특히 5일 대전 LG전에서 1위팀을 상대로 6⅔이닝 2피안타 4볼넷 1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프로 데뷔 이후 최고의 피칭을 펼쳤다.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팀 승리에 발판을 마련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김응룡 감독의 눈에는 영 차지 않는 모양이었다. 한마디로 더 잘 할 수 있는 투수라는 의미였다.
김응룡 감독은 "사실 송창현을 선발에서 빼려고 했다. 자꾸 볼넷을 주고 맞아서 그랬다. 정민철 투수코치가 지금 선발이 마땅치 않으니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자고 해서 선발로 쓴 것"이라며 "이날도 5회 볼넷으로 만루가 돼 투수를 바꾸려 했다. 마침 LG에서 왼손 대타(박용택)를 써 그냥 내버려 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내가 제주도에서 잘못 봤나 보다. 전력이 안 좋은 팀들끼리 붙는 것 보고 홀렸다. 완전히 속았다"며 "볼 스피드나 구위가 그때보다도 못하다"고 말했다. LG전에서 송창현은 최고 142km 직구를 던졌다. 낮고 힘있게 깔려 LG 타자들을 공략했는데 김 감독이 본 대학 때 송창현은 이보다 더 좋았던 것이다.
김 감독은 송창현에게 더 많은 훈련을 주문했다. "투수가 배가 나와서 되겠나. 류현진은 키라도 크면서 배가 나왔는데 송창현이는 키도 안 크면서 뱃살만 나왔다. 겨울에 러닝 훈련을 많이 해서 뱃살도 빼고 지구력을 키워야 한다. 투구수가 많아지면 흔들리는 것도 그 때문"이라는 게 김 감독의 말. 혹독한 훈련을 예고했다.
하지만 송창현의 최근 활약은 트레이드 당시 평가를 역전시키고 있다. 한화가 손해라는 평가에서 이제는 이득이 되고 있는 것이다. 송창현의 대학 시절 좋은 모습을 떠올리면 지금 현재가 만족스럽지 못한 김 감독이지만 그래도 흐뭇함을 감출수는 없는 모양. 김 감독은 "내가 스카우트를 했으면 잘 했을 것"이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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