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뚜렷한 소득은 첫 승뿐이었다.
홍명보호가 승리를 거뒀다. 지난 7월 20일 호주와 동아시안컵으로 데뷔전을 치른 뒤 5경기 만에 거둔 첫 승이었다. 홍명보 감독의 A대표팀 데뷔승이었다. 하지만 '첫 승'이라는 소득을 제외한다면, 한국이 아이티전에서 거둔 뚜렷한 소득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축구대표팀은 6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서 열린 아이티와 친선경기서 4-1로 완승을 거뒀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4경기서 3무 1패로 부진하던 한국은 처음으로 승전보를 알리게 됐다.

결과는 시원한 승리였다. 이전까지 4경기 1득점에 그치며 비판의 타깃이 됐던 득점력도 묵은 채증을 날려버릴 정도로 많은 골을 넣었다. 물론 결과적으로 말이다. 분명 축구팬들이 환호할 만한 다득점이 나왔지만, 내용까지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한국은 전반전에 아이티를 압도했다. 선제골도 쉽게 넣었다. 손흥민이 왼쪽 측면에서부터 드리블로 개인 돌파를 한 뒤 중거리슛으로 아이티의 골망을 흔들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홍명보호의 골칫거리인 저조한 득점력과 '첫 승' 모두가 해결되는 듯 했다.
하지만 수비진이 발목을 잡았다. 아이티는 전반 45분 이브 데스마레의 크로스를 케르뱅 벨포르가 가까운 포스트에서 헤딩으로 방향을 바꿔 놓아 동점골을 넣었다. 완벽한 수비진의 실수였다. 데스마레의 크로스는 평범했다. 하지만 벨포르의 문전 침투를 한국 수비진은 그저 눈 뜨고 쳐다볼뿐이었다. 벨포르는 한국 수비진의 집중력 저하를 틈 타 홀로 완벽하게 헤딩을 했다. 이외에도 아이티의 빠른 역습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수비진의 실수도 아쉬웠지만, 애매한 판정도 문제였다. 한국 공격진이 빛날 기회를 사전에 차단했다. 후반 3분 이청용의 문전 돌파 과정에서 나온 반칙 선언은 논란이 생길 여지를 남겼다. 후반 8분 선언된 데스마레의 경고 누적 퇴장도 그렇다. 물론 홈 팀이라는 이점 때문에 그런 판정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친선경기라는 취지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생 장 피에르 아이티 감독은 "심판판정에 불만이 있다. 심판의 판정은 경기 결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면서 "전반서 우리는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후반서 심판이 옐로카드를 꺼내면서 전세가 완전히 뒤집어 졌다. 만약 한국이 오늘과 같은 심판진을 갖추지 않는다면 다른 팀과 대결서 승리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이 좋은 모습을 보인 것도 사실이지만 심판판정에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홍명보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첫 승' 외에는 아쉬움을 남겼다. 홍 감독은 "가장 잘된 부분은 전반 초반 이뤄진 압박은 좋았다. 선취골을 넣고 우리의 흐름을 이어 갔어야 했는데 모든 라인이 처지고 말았다. 그렇게 되면서 상대에게 많은 기회를 내줬다. 전반에 실점을 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면서 "선취골 이후의 경기 내용은 이전 경기와 비교해 좋은 느낌이 아니었다. 후반전에 페널틱 2개를 얻고 상대 한 명이 퇴장을 당했다. 우리로서는 좀 더 나은 경기를 할 수 있었는데 의미를 퇴색시켰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도 홍명보 감독도 이날 승리에 만족감을 표하지 못했다. 홍 감독은 "선수들 최선을 다했다.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지만, 국민들이 아이티전을 통해 한국 축구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킨 것 같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다른 대답을 하며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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