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백업층, 희망과 한숨의 교차지대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3.09.07 10: 00

KIA는 4강권에서 멀어진데다 확대 엔트리가 실시되면서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행보를 하고 있다. 유망주를 비롯한 백업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있다. 내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깜짝 활약으로 희망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러나 허약함을 절감하는 순간도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지난 9월 6일 잠실 두산전. 이날 선발 마스크를 쓴 포수는 백용환이었다. 2008년 2차 5순위로  입단해 잠재력을 갖췄지만 1군의 김상훈, 차일목에게 밀려 작년까지 기회를 얻지 못했다. 올해도 신인 포수 이홍구와 함께 기대를 받았지만 부름을 받지 못했다. 이날이 그에게는 첫 선발포수의 기쁨이었다. 데뷔전이나 다름없는 경기에서 포수로서 무난한 경기를 했다. 포수기근에 시달리는 KIA에게는 희망의 요소였다.
다만 주루는 아쉬웠다. 첫 타석은 삼진을 당했고 5회 선두타자로 나와 볼넷을 골랐다.  김주형 타석에서 폭투가 나와 포수가 볼을 제대로 잡지 못하며 옆으로 흘렀다. 스킵 동작만 제대로 펼쳤다면 충분히 2루를 노릴 만한 상황. 그러나 움직임은 적었다. 김주형의 병살타가 나왔다. 뿐만 아니라 2루수의 적극적인 1루 송구 방해 동작을 못했다.

외야수 최훈락은 입단 9년째를 맞는 중견선수이다. 그도 1군 주전은 아니었다. 주로 2군에서 보냈고 가끔 1군에 자리가 생기면 올라오는 일을 반복했다. 장타력 등 타격에는 재능을 갖고 있지만 1군에서는 인상적인 활역을 펼치지 못했다. 이번에도 외야진이 부상선수가 많아 1군 콜업을 받았다.
9회 4-6으로 추격한 가운데 1사1루에서 대타로 나와 우전안타를 때렸다. 1,3루 동점기회를 만들었고 올해 7경기만에 나온 첫 안타였다.  이어 2사후 이홍구의 우전적시타가 나와 5-6까지 따라붙었고 1,2루 역전기회까지 잡았다.  그러나 최훈락이 2루에서 그만 찬물을 끼얹었다. 정재훈과 유격수의 총알같은 견제 플레이에 견제사를 당했다. 발이 느린 탓에 리드폭을 크게 잡은 것이 화근이었다. 두산 견제가 빠르고 정확하다는 점을 간과했다.
1루수 김주형은 올해로 11년차를 맞고 있지만 확실한 주전타자가 아니다. 그래도 올해는 최희섭의 부진 탓에 많은 기회를 잡고 있다. 득점타를 터트리며 활력을 불어넣기도 했고 1루수로 출전해 안정감 있는 수비를 보여주어 내년 시즌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아쉬운 수비 하나가 터져나왔다.
8회말 수비였다. 무사 2루에서 이종욱의 빠른 타구를 잡지 못했다. 보다 적극적인 수비를 했다면 잡을 수 있었지만 뒤로 물러서면서 글러브를 내밀었지만 타구는 훨씬 빨랐다. 결국 2루주자는 여유있게 홈을 밟았고 이종욱은 3루까지 갔다. 뒤이은 희생플라이가 나와 6점째를 허용했다. 주지 않을 점수를 내준 셈이 됐고 9회 추격전도 물거품으로 연결됐다.
좌완 손동욱은 올해 1라운드에서 뽑은 신인이다.  그러나 올해 1군에서 거의 얼굴을 내밀지 못했다. 스피드, 제구력, 변화구 모두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5경기에 출전해 4이닝 동안 7안타 8사사구를 내주고 10실점했다. 방어율이 22.50에 이른다.  2군에서는 16경기에 출전해 4승5패, 방어율 3.66을 기록하고 있다.
선동렬 감독은 1-4로 뒤진 가운데 8회말 손동욱을 마운드에 올렸다. 첫 타자 김재호를 상대해 초구 파울을 유도했으나 3개의 볼을 던졌다. 밋밋하게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가다 우중간 2루타를 맞았다. 이종욱에게도 초구와 2구 볼을 던졌고 3구째 우익수 옆 3루타를 맞았다. 민병헌에게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내줘 손쉽게 2실점째를 했다. 정수빈에게도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해 위기를 맞는 듯 했으나 오재원의 1루수 직선타구가 병살이 되면서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다. 1라운드 지명 투수로는 실망스러운 투구였다. 
이들의 활약은 활력을 불어넣었지만 실수는 고스란히 패인으로 연결됐다. 상대적으로 두터운 선수층과 짜임새 있는 야구를 펼치는 두산과 비교가 됐다. 탄탄한 야구 기본기를 심는 육성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한번 절감한 경기였다. 물론 KIA에게는 희망과 한숨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화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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