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혜린의 스타라떼] "그냥 친구는 필요 없다. 함께 사진을 찍어야 '절친'이다."
유력 아이돌 홍보 담당자의 말이다. 사진을 함께 찍어서 홍보에 도움이 된다면 '절친'이고, 아무리 친해도 대중에게 보여줄 사진이 없다면 의미있는 친구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는 현재 가요계에서 인맥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보여준다. 연예인들끼리 형성한 인맥망은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인지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쪽으로 상당한 후광효과를 넘겨준다. 사진 한장 잘 찍어서 검색어 1위에 오르는 건, 신곡을 홍보하는 꽤 괜찮은 수법이다.

그러다보니 친분이 실제 생활에서 쓰는 '친분'이라는 단어와는 다소 다르게 변질되기도 한다. "함께 사진을 찍어야 절친"이라는 말은, "안친해도 사진을 찍으면 절친"이라는 말도 된다.
그래서 대기실 곳곳에선 웃지 못할 광경도 펼쳐진다. 서먹하게 인사하는 두 팀이 매니저의 인솔 하에 '절친하게' 인증샷을 찍고, 귀여운 이모티콘 가득한 글과 함께 SNS을 장식하는 것이다. 인기가수는 상대에게 인지도를 '하사'하고, 상대 측 소속사는 인기가수쪽에 빚을 하나 진다. 섭외는 다양한 루트로 진행된다. 이직이 잦은 매니저가 이전에 맡았던 팀에게 가서 새로 맡은 팀의 홍보를 도와달라고 하거나, 매니저끼리 친해져 서로 소속가수끼리 돕도록 하거나, 사교성 좋은 가수가 직접 뛰어 '성과물'을 가져오기도 한다.
사실 인맥은 '홍보'에 있어서 핵심 그 자체다. 소속사 선배가수의 예쁨을 받는 게 제1단계다. 최근에만 해도 스피카는 이효리의 덕을 톡톡히 봤고, YG 서바이벌 프로그램 'WIN' 출연자들도 빅뱅의 지원사격을 받고 있다. 비투비의 컴백 예고 영상에는 비스트가 등장해줬다. 가요기획사 자체가 스타를 키워, 그 스타의 영향력을 뿌리 삼아 또 다른 스타를 키우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같은 현상은 필연적이다. 그래서 연예계는 한 가수가 자신의 문제로 기획사에 악영향을 미쳤을 때 그 피해는 단순히 스케줄 무산 등으로 인한 손해액 뿐만 아니라 선배의 후광을 봐야할 후배 가수의 타격까지 계산하고 있다.
기획사의 업무는 인맥 그 자체로 봐도 무방하다. 유명한 작곡가의 곡을 받고, 음악 방송 스케줄을 잡고, 언론과 접촉하고, 음원사이트에 추천곡을 거는 것까지 모두 의리 문화를 바탕으로 한 인맥이 꽤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화제가 될만한 인증샷을 기획하고, 유명인들에게 '의리로' 부탁해 SNS에 신곡 추천 글을 하나 게재하도록 하는 것 역시 기획사 업무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진짜'가 아니라고 비난할 필요는 없다. 재미있는 건 오히려 이 와중에 '진짜 친분'이 가려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믿었던 친구로부터 "사진은 찍어주기 좀 그래"라는 답변을 받고 배신감을 느낀 적 있다는 연예관계자가 꽤 있다.
물론 마케팅이 아닌 경우도 있다. 연예계는 예상보다 좁아, 한 다리 건너면 모두 아는 사이다. 연습생 제도가 안착하면서 하늘에서 떨어진 스타는 없어졌다. 여러 기획사를 돌면서 인맥이 형성되고, 이후 다른 회사에서 데뷔하더라도 연습생 친구들, 전소속사 직원과의 친분은 남는다. 싸이처럼 해외 각국을 돌며 유명인사를 섭렵하는 경우, 즐거운 자리를 기념하고자 하는 마음은 보통 사람과 다를 게 없을 것이다.
이같이 인맥이 화려한 가수는 크게 걱정할 게 없다. 하지만 연예계에 친한 '유명인' 하나 없는 '못난' 가수를 맡고 있는 기획사의 시름은 깊어진다. 소속사 대표부터 말단 사원까지 불러모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모든 인맥을 총동원해 신곡 발표일까지 단계별로 친분 인증샷과 응원 메시지가 노출될 수 있도록 시간표를 짜는 광경은 이제 흔해졌다.
rinny@osen.co.kr
최근 화제의 인증샷들. 기사 내용과는 관계 없을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