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31, 신시내티 레즈)에 대한 팀 동료들의 신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좀처럼 보기 어려운 투수의 도루도 여기서 시작됐다. 도루를 성공시킨 신시내티 투수 토니 싱그라니(24)의 말에서 추신수에 대한 동료들의 믿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올 시즌 신시내티 선발 로테이션에서 꾸준히 모습을 내비치고 있는 싱그라니는 6일(이하 한국시간)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투구 성적은 비교적 좋았다. 5⅓이닝을 던지며 4피안타(1피홈런) 3볼넷 7탈삼진 2실점 호투로 시즌 7승(3패)째를 따냈다. 세인트루이스라는 거함을 잡은 신인의 패기가 돋보였다.
그런데 싱그라니는 타석에서도 빠른 발로 팬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싱그라니는 어깨 보호 차원에서 타격을 자제하는 대신 자신의 빠른 발을 믿고 두 차례나 기습 번트 형식으로 타격을 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 중 한 번은 성공했다. 바로 0-0으로 맞선 2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이었다. 싱그라니의 꾀에 세인트루이스 내야는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고 결국 싱그라니는 1루에서 아슬아슬하게 살았다.

이런 싱그라니는 추신수의 타석 때 기습적인 2루 도루로 성공시켰다. 볼카운트 2S 상황에서 작정하고 스타트를 끊었다. 올 시즌 신시내티 투수들 중에서는 첫 도루였다. 이후 싱그라니는 추신수의 볼넷 상황에서 나온 폭투 때 3루를 밟았고 필립스의 유격수 방면 내야안타 때 홈까지 들어왔다. 싱그라니의 발이 선취점이자 결승점을 만든 셈이 됐다.
이에 대해 6일 질문하자 싱그라니는 추신수의 이름을 거론했다. 도루 상황은 당연히 벤치의 사인이 아닌 자신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싱그라니는 “초구에 스트라이크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만약 2S가 되면 뛰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만약 내가 죽어도 다음 이닝은 추신수부터 시작할 수 있었다. 만약 내가 세이프된다면 (추신수의 연결로) 득점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미소 지었다.
사실 2사 상황이었고 싱그라니는 곧바로 투구에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대부분 이런 경우 도루나 무리한 플레이는 자제하는 편이다. 투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인의 패기를 간직한 싱그라니는 추신수가 자신을 불러들일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과감히 도루를 감행한 것이다. 어떻게든 추신수가 중심타선에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이는 선취점으로 연결됐고 결국 신시내티 승리로 이어진 값진 플레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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