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왕가네’, 이렇게 혈압 오르는 드라마 또 있나요?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3.09.08 07: 45

이렇게 혈압이 오르는 드라마는 처음이다? 돈 많은 큰 딸과 가난한 둘째 딸을 눈에 띄게 차별하는 어머니, 남편의 사업실패에 위로보다는 “차라리 딴 일을 하라. 창피하다”며 철없이 구는 아내, 돈은 한 푼도 못 버는 백수 주제에 못생긴 부인과 결혼한 걸 후회한다고 말하는 남편까지 실제로는 절대로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인물들이 ‘왕가네 식구들’에는 수두룩하게 등장한다.
지난 7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극본 문영남 연출 진형욱)에서는 첫째 딸 왕수박(오현경 분)의 남편 고민중(조성하 분)이 사업에 실패하고 택배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왕가네 식구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왕수박은 남편의 사업 실패 소식을 알게 된 후 집에 돌아와 “차라리 딴 걸 해. 창피하다. 내 친구들한테는 뭐라고 하고 동네 사람들은 어떻게 보느냐”며 남편의 택배 일을 말렸다. 그는 “나 자신 있다. 젊고 건강한 몸이 있고 당신만 내 편이면 된다. 성질만 내지 말고 우리 같이 힘내서 살자”며 자신을 끌어안으려는 남편의 몸을 밀치며 “나는 사업하는 사람하고 결혼했지 택배 하는 사람하고 결혼 안 했다”라고 매몰차게 말했다.

왕수박은 ‘왕가네 사람들’에서 짜증 유발 캐릭터의 1인자 격을 담당하고 있다. 사실상 남편이 벌어주는 돈으로 생활을 해왔으면서도 살림은 일하는 사람들에게 맡긴 채 돈은 흥청망청 써왔고, 시어머니의 제사는 잊으면서도 같은 시기 자기 어머니의 환갑을 위해서는 크루즈 여행과 호텔 식사를 예약해 놓는 ‘안하무인’한 생활을 해왔다. 뿐만 아니라 왕수박은 앞서 집으로 찾아온 시아버지(노주현 분)에게는 음식을 할 줄 모른다는 핑계로 중국집에서 시킨 짜장면을 대접하려해 남편 고민중의 분노를 샀다.
이런 왕수박을 부추기는 것이 어머니 이앙금(김해숙 분)이다. 이앙금은 사업에 실패한 사실을 숨기고 택배 일을 해온 사위를 안타까워하기 보다는 "이제 내 딸은 어쩌냐"며 오로지 자신의 딸이 할 고생만을 대놓고 걱정하는 이기적인 인물. 뿐만 아니라 그는 그간 사정이 넉넉해 집을 돌봐준 큰 딸과 백수 남편과 살며 가난으로 고생하는 둘째 딸을 차별해 둘째 딸에게 상처를 줬다.
 
짜증 유발자들은 이앙금 모녀 뿐만이 아니다. 둘째 딸 왕호박의 남편 허세달(오만석 분)을 비롯한 시댁 식구들 역시 해준 것은 없으면서 바라는 것만 많은 전형적으로 얄미운 인물들. 백수에 놀기만 하는 남편이면서도 언제나 큰소리를 떵떵 치고 사고만 저지르는 허세달은 고민중의 실패에 고소해 하며 이 사실을 널리 알리고싶어 안달했다. 그리고 그런 언니의 사정을 알게 된 왕호박이 어머니의 환갑잔치를 준비하겠다고 하자 자신의 어머니를 불러 이를 은근히 방해하고자 했다.
허세달의 어머니 박살라(이보희 분) 역시 그런 아들을 감싸기만 하며 며느리에게는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고 앓는 소리를 했다. 또 그의 딸인 허영달(강예빈 분)은 "어머니 환갑도 똑같이 해드리겠다"는 왕호박의 말에 "어떻게 똑 같이 하냐. 시집인데 더 잘해야지"라고 얄미운 시누이 노릇을 했다.
이처럼 막 나가는(?) 캐릭터 설정은 사실 문영남 작가의 특기라면 특기라고 할 수 있다. 보통 그의 작품에서는 인물들의 면면이 과장된 점이 많기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현실 세계에서 볼 수 있는 우리 주변의 인물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공감과 웃음을 준다. 또 비록 짜증이 유발되기는 하지만, 이런 인물들이 앞으로 어떻게 변해가는지가 궁금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밉상인 캐릭터들이 여러가지 사건을 통해 호되게 당하며 통쾌함을 주는 것이 문영남 작가 작품의 또 다른 묘미이기 때문이다. 그 때문일까.'욕하면서도 보게 된다'는 말은 이 드라마에도 통하는 말인 듯 하다.  
eujenej@osen.co.kr
'왕가네 식구들' 방송화면 캡처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