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이닝 127구 역투. 오로지 우완 투수 한주성(18)밖에 없었다.
정윤진 감독이 이끄는 한국청소년야구대표팀은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2라운드 마지막 경기 대만전에서 연장 11회 승부치기 접전 끝에 4-5로 분패했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3~4위 동메달 결정전 진출에 실패, 8일 베네수엘라와 5~6위 결정전을 끝으로 대회 일정을 마무리한다.
이날 분패에도 돋보인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덕수고 우완투수 한주성이었다. 대회 기간 동안 중간과 마무리로 구원 역할을 맡은 한주성이었지만, 이날은 선발로 나와 무려 10이닝 동안 127개의 공을 던지는 투혼을 발휘했다. 비록 끝내기 주자를 남겨놓아 패전투수가 됐지만 누구도 한주성을 탓할 수 없었다.

한주성의 피칭은 역투 그 자체였다. 한국 타선은 매회 주자를 내보내면서도 1회를 제외하면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빈타에 허덕였다. 하지만 한주성은 경기 내내 볼넷을 단 하나도 주지 않으며 흔들림없는 피칭으로 마운드를 지켰다. 특히 1점차 리드를 안은 연장 10회말 승부치기에서 무사 만루를 1점으로 막았다.
그러나 11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한주성의 힘은 떨어질대로 떨어져있었다. 승부치기에서 연속 안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한 뒤 마운드를 좌완 임지섭에게 넘겼다. 임지섭이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을 헌납, 한국은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한주성은 10이닝 127구 역투에도 불구하고 패전투수라는 멍에를 쓰고 말았다.
하지만 대회 기간 내내 한주성이 보여준 투혼은 '원맨팀'에 가까웠다. 첫 경기였던 1일 쿠바전에서 2이닝 24구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을 시작으로 2일 콜롬비아전 ⅔이닝 4구무실점 세이브를 올린 뒤 3일 미국전에서 선발 이수민이 흔들리자 5⅔이닝 75구 6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해 1-2 석패에도 존재감을 뽐냈다.
4일 이탈리아전에서 하루 휴식을 취한 한주성은 5일 일본전에서도 선발 임지섭이 난조를 보이자 3회부터 두 번째 투수로 구원등판했다. 이날은 4이닝 67구 5피안타 1볼넷 3탈삼진 5실점으로 흔들리며 콜드게임 패배를 막지 못했지만, 다시 하루 휴식을 하고 나온 대만전에서 선발로 10이닝 역투 펼치며 최고 투수로 떠올랐다.
지난 일주일 동안 한주성은 한국의 7경기 중 5경기에 나와 총 22⅓이닝을 소화하며 무려 297개의 공을 던졌다. 휴식은 2일 뿐이었다. 승리없이 1패1세이브를 올렸지만 평균자책점 2.82와 함께 볼넷을 단 하나밖에 주지 않는 과감하고 정확한 피칭으로 빛을 발했다.
180cm 80kg의 체격을 갖춘 한주성은 140km대 직구와 슬라이더 그리고 안정된 제구가 강점으로 황금사자기에서 덕수고를 우승으로 이끌며 MVP를 차지했다. 일찌감치 두산에 신인 1차 지명을 받아 내년 시즌 데뷔를 기대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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