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갈증이 해갈됐다? 일단 판단은 유보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축구대표팀이 대량 득점에 성공했다. 지난 6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서 열린 아이티와 친선경기서 한국은 4-1로 대승을 거뒀다. 홍명보호가 출항한 후 득점을 한 두 번째 경기로, 지금까지 홍명보호의 득점은 지난 7월 일본과 동아시안컵에서의 1득점이 유일했다. 이 때문에 한국은 '골갈증'이라는 반갑지 않은 수식어에 시달렸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홍명보호의 골가뭄은 해갈됐다. 유럽파 중 대표격인 손흥민(레버쿠젠)과 이청용(볼튼)을 내세워 4골을 넣은 만큼 골갈증은 단 번에 해갈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용을 놓고 본다면, '단 번'이라는 수식어는 사용하기 어렵다. 분명 득점을 한 것까지는 인정을 하겠지만, 그 이상은 의미를 부여하기가 힘들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선제골이었던 손흥민의 득점은 나무랄 곳이 없었다. 손흥민은 전반 21분 왼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뒤 아크 정면으로 드리블 돌파를 시도, 수비수 한 명을 제친 후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아이티의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의 돌파가 만들어낸 골이다.
하지만 다음부터가 문제다. 한국은 후반 3분 1-1이던 상황에서 이청용이 문전으로 돌파하던 중 반칙을 받아내며 페널티킥을 받아냈다. 그런데 심판의 반칙 선언은 논란이 되기에 충분했다. 결과가 필요한 경기였다면 환영할 만한 판정이었지만, 내용을 평가해야 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아이티의 공·수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도움이 되지 않는 판정이었다.
문제는 이후에도 발생했다. 후반 8분 아이티의 이브 데스마레가 경고 누적 퇴장을 당한 것이다. 탐탁지 않은 페널티킥 판정으로 기분이 좋지 않은 아이티가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서 나온 행위로, 한국이 홈 팀이었던 만큼 데스마레의 행동은 경고를 받을 수도 있는 행위였다.
하지만 이 판정 또한 한국에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앞서 말했다시피 내용을 평가해야 하는 상황에서, 또한 아이티의 공·수 밸런스가 무너진 상황에서 수적 우세까지 점한 만큼 더 이상의 경기 내용을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 때문에 홍명보 감독도 "후반전에 페널틱 2개를 얻고 상대 한 명이 퇴장을 당했다. 우리로서는 좀 더 나은 경기를 할 수 있었는데 의미를 퇴색시켰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공격 전개 과정도 아쉬웠다. 손흥민과 이청용의 개인 능력을 위시한 공격 전개는 아이티를 효과적으로 흔들었지만, 중원을 이용한 공격 전개는 매끄럽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이 강조한 조직적인 플레이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 홍명보 감독 또한 "선취골 이후의 경기 내용은 이전 경기와 비교해 좋은 느낌이 아니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아이티전의 다득점은 이제 잊어야 한다. 그만큼 골갈증이 해갈됐다는 판단도 유보를 해야할 것이다. 아이티전의 4-1 승리는 대승이라는 표현보다 그저 '홍명보호 출항 이후 첫 승'이라는 의미만을 남겼을 뿐이다. 이제는 오는 10일 열리는 크로아티아전을 준비해야 한다. 크로아티아는 아이티와 같은 세계 축구의 변방이 아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8위의 초강국이다. 게다가 지난 2월에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중립경기서 한국을 0-4로 대파했다.
한국을 방문할 선수들도 정예로 알려졌다. 지난 7일 열린 세르비아와 2014 브라질 월드컵 유럽예선에서 크로아티아는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를 비롯해 마리오 만주키치(바이에른 뮌헨), 이반 라키티치, 이비차 올리치(볼프스부르크), 니키차 옐라비치(에버튼), 다리요 스르나(샤흐타르) 등 정예 멤버를 기용했다. 큰 일이 생기지 않는 한 해당 선수들은 모두 방한할 예정이다. 한국으로서는 지난 2월과 지금의 대표팀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확인할 기회임과 동시에 월드컵 본선에서 현재의 공격진이 통할 것인지 가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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