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세 메이저리거’ 임창용, 위대한 도전 시작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9.08 08: 14

팀의 승리를 지켜야 하는 필승조 임무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 투구 내용이 아주 깔끔한 것도, 전성기의 구위를 보여준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유서 깊은 리글리필드의 마운드를 밟았다는 자체만으로도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임창용(37, 시카고 컵스)이 드디어 역사적인 메이저리그(MLB) 데뷔전을 가졌다.
임창용은 8일(이하 한국시간)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경기에서 3-4로 뒤진 7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등판, ⅔이닝 동안 1피안타 1볼넷을 허용했으나 병살타 한 개를 유도하며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임창용은 7회 공격에서 대타로 교체, 이날 등판을 마쳤다. 14개의 공을 던졌고 7개가 스트라이크였다. 메이저리그 투구분석시스템에 의하면 13개가 포심 및 투심 패스트볼 계통이었다.
그간의 마음고생을 싹 씻는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컵스는 이날 2회 발부에나의 2점 홈런으로 선취점을 냈다. 그러나 선발 아리에타가 4회에만 안타 3개와 볼넷 2개를 허용하며 4실점해 전세가 뒤집어졌다. 팀으로서는 아쉬운 일이었지만 임창용의 등판 가능성을 높이는 상황이었다.

드디어 임창용이 6회부터 불펜에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팀은 6회 올린 좌완 라일리에게 7회 1사까지를 책임지게 한 뒤 임창용을 세 번째 투수로 투입시켰다. 첫 타자는 투수 타석에서 대타로 들어선 할튼이었다. 팬들과의 약속대로(?) 초구는 직구를 던진 임창용은 이후 8구까지 모두 직구만 던지며 할튼과 끈질긴 승부를 벌였다.
비록 할튼에게 볼넷을 내주고 후속타자 아오키에게 좌전안타를 내주며 1사 1,2루 위기에 몰렸지만 임창용은 침착하게 세구라를 유격수 방면 병살타로 유도하며 이닝을 마쳤다. 구위와 제구 모두 한창 좋을 때에 비해서는 다소 떨어졌지만 임창용은 큰 동요가 없었다. 이닝을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가는 임창용의 발걸음은 지나친 흥분도, 지나친 긴장도 없어 보였다. 단지 자신의 목표를 향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임창용은 아직 100% 컨디션이 아니다. 의학적인 재활이 끝났을 뿐 전성기의 구위를 찾으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날 마운드에서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며 MLB 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또 하나의 자신감을 얻었다. 누구는 은퇴할 나이의 한국나이 38세. 그러나 임창용의 야구 경력은 또 다시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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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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