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감독 이승준)는 감독 교체 영화들이 흔히 겪는 흥행 필패(必敗) 징크스를 깰 수 있을까?
영화의 선장인 감독이 중도 교체되면서 배가 갈 길을 잃고 그러면서 작품이 기존 구상과는 다른 그림으로 완성되며 작품성은 물론 흥행에도 영향을 미쳐온 사례들이 있어 왔다. 불행히도 그렇게 중도에 감독이 교체된 영화들은 흥행과는 거리가 먼 성적들을 내왔다.
지난해 개봉한 고현정 주연 영화 ‘미쓰고’는 정범식 감독에서 박철관 감독으로 연출자가 교체됐고 촬영 지연 끝에 가까스로 개봉했지만 61만 관객을 모으는 데 그치며 쓴맛을 다셔야 했다. 고현정의 첫 상업 영화 도전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작품치고는 흥행 참패와 같은 결과물이었다. 2008년 영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역시 안권태 감독에서 곽경택 감독으로 중도에 감독이 교체되며 한 차례 시끄러웠다. 영화는 200만 관객을 모았지만 한석규, 차승원 등 당대 최고 배우가 격돌하는 작품이 모은 작품치고는 흥행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이 잇달았다.

반면, 감독 교체와 관계없이 폭발적인 흥행을 자랑한 작품도 있긴 하다. 지난 6월 개봉한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그야말로 괴물 같은 흥행력을 과시했다. 당초 전재홍 감독이 연출을 맡기로 돼 있다가 장철수 감독으로 중도 교체된 영화는 700만에 근접한 관객을 빨아들이며 이 같은 감독 교체 필패 루트를 빗겨갔다.
필패냐 불패냐 기로에 선 영화는 또 있다. 지난해 감독 교체건을 두고 영화계를 시끄럽게 한 ‘스파이’가 그 주인공이다. ‘스파이’는 이명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가 이승준 감독 카드로 교체되는 과정에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명세 감독과 제작사 JK 필름 측이 영화를 보는 시각에 차이를 보이다 결국 감독 해고 사태가 일어났고, 영화를 엎자는 이야기까지 들려오며 위기감이 감돌았다. 가까스로 봉합했지만 감독이 교체되면서 영화의 색깔은 확연히 달라졌고, 이 과정에서 작품에 참여한 스태프 및 배우들이 입은 상처가 극심했다. 영화에 주역으로 참여한 한 배우는 “그때 받은 상처가 굉장했고, 우리 배우들끼리라도 똘똘 뭉쳐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고 후일담을 전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영화는 개봉했고, 다행히 ‘스파이’는 흥행 예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일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로 진입했을 뿐만 아니라 개봉 첫 주말 100만 관객을 돌파할 기세다.
‘스파이’ 외에도 감독 교체 과정에서 홍역을 치른 영화는 올 하반기 또 한 편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빅뱅의 탑이 주연한 영화 ‘동창생’은 박신우 감독이 전체 분량의 약 3분의 1 가량을 찍고 박철관 감독에게 메가폰을 넘겼다. 11월 개봉하기로 한 이 영화가 이 같은 징크스를 깰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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