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 이후 가장 중요한 선발 등판일지도 모른다. LG 강속구 에이스투수 레다메스 리즈(30)가 8일 LG의 1위 재등극을 위해 마운드를 밟는다.
리즈는 LG가 지닌 가장 믿을만한 카드다. LG 투수 중 삼성을 상대로 리즈만큼 잘해온 투수가 없다. 2011시즌부터 지난 3년 동안 삼성전 평균자책점 3.27로 활약, 왕조를 상대로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곤 했다. 13번의 선발 등판에서 선발승은 세 번 밖에 없지만, 83⅓이닝을 소화할 정도로 긴 이닝을 투구하며 선발투수 역할을 다했다.
투구내용 자체가 몬스터 모드였다. 2012년 9월 5일 대구 삼성전에서 8이닝 1실점 9탈삼진으로 호투했는데 당시 최고 구속 162km를 기록했다. 삼성 전력분석팀 스피드건에 찍힌 이 구속은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빠른 공이다. 단순히 한 번 강속구를 던진 게 아닌 이 경기 네 차례나 160km 이상의 직구를 구사했다. 비록 8회말 강명구의 주루플레이로 완투패를 당했지만, 메이저리그가 전혀 부럽지 않은 투구였다.

올 시즌도 삼성전 강세는 이어졌다. 리즈는 5월 22일 대구 삼성전에서 9이닝 1실점으로 한국 무대 첫 완투승을 거뒀다. 이날 리즈의 투구는 LG 대반전의 시작점이 됐는데 이후 LG는 12번의 시리즈에서 루징시리즈 없이 10번 위닝시리즈를 달성했다. 6월 성적 16승 5패 승률 76.2%로 진격, 2013년 프로야구의 주인공을 LG로 만든 순간이었다.
결국 LG는 시즌 종료까지 18경기 남겨둔 이 시점에서 삼성과 예측할 수 없는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겨루고 있다. 당장 오늘 승리를 거두면 하루 만에 1위를 탈환하며 삼성전 상대 전적도 8승 7패로 우위를 점한다. LG가 19년 만에 페넌트레이스 승기를 잡기 위해선 이날 경기를 잡아 흐름을 다시 상승모드로 맞추고, 오는 29일 삼성과 시즌 최종전도 가져가야한다.
전날 LG는 올해 삼성전 평균자책점 0을 자랑하는 우규민을 내세웠으나 무릎을 꿇었다. 선발투수 대결부터 완패하며 조기에 흐름을 삼성에 넘겨줬다. 이틀 휴식의 이점을 살린 삼성의 한국시리즈를 방불케 하는 투지에 기세가 눌렸다. 삼성은 배영수에 이어 장원삼을 마운드에 올리는 선발투수 1+1 전력을 내세웠고 타자들도 아웃카운트를 지키기 위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주저하지 않았다.
LG가 반격하기 위해선 리즈의 몬스터 모드가 필요하다. 리즈는 매년 진화를 거듭했고 이제는 리그 최정상급 투수로 올라섰다. 단순히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아닌, 예리한 변화구로 완급조절에도 능한 완성형 투수가 되고 있다. 슬라이더 커브 스플리터의 향상으로 예전처럼 직구 하나만 노리고 타석에 들어섰다가는 허무하게 덕아웃으로 돌아가야 한다. LG와 삼성 모두 전날 불펜 필승조를 가동하지 않은 상황. 사실상 선발투수 맞대결에서 승리하는 쪽이 이날 경기 승기를 잡을 확률이 높다. 리즈의 어깨에 1위 재탈환이 달려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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