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누군가가 뒤에서 '탁' 뒤통수를 때리더라. 정말 기분 나빴다."
야구장에서 있어서는 안 될일이 벌어졌다. 삼성 우완 배영수는 7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LG전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13승을 거뒀다. 다승 공동선두, 동시에 올 시즌 첫 전 구단상대 승리투수가 되는 기쁨까지 맛봤다.
기분좋게 퇴근길에 나선 배영수는 구장을 빠져나가다가 봉변을 당했다. 원정 선수들이 구장에서 나가는 중앙 출입구는 경기가 끝난 뒤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퇴근하는 선수들을 가까이에서 한 번이라도 보고싶은 마음 때문이다. 선수들이 퇴근 할 때는 경호요원들이 가까이에 붙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통제하기가 힘들다.

배영수가 버스 쪽으로 가는데 어둠 속에서 손이 날아와 배영수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배영수와 잠시 언쟁을 벌인 그 팬은 머쓱한듯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그냥 손으로 때렸기에 망정이지 나쁜 마음을 먹고 위해를 가하려고 했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8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배영수는 상기된 얼굴로 "정말 기분이 나빴다"고 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배영수는 "LG 모자와 상의에 유니폼까지 갖춰입은 분이 갑자기 다가와서 '탁' 뒤통수를 때리더라. 어이가 없어서 '왜 때리시냐'고 세 번정도 물어봤던 것 같다. 그랬더니 그 분은 '그냥 화이팅 하시라고 (때렸다)'라는 말만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맞는 사람은 그냥 장난으로 툭 치는건지, 아니면 때리는건지 잘 안다. 단순히 장난으로 툭 친건 아니었다"면서 "내가 좀 더 어렸으면 가만히 안 있었을수도 있다. 어제는 그냥 세 번인가 물어보고 내가 참았다"고 했다.
간혹 야구에 대한 애정을 엇나간 방향으로 표출하는 팬들이 늘어가고 있다. 다행히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는 해프닝에 그친 사건이었지만, 선수들의 안전관리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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