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밋밋한 '아빠!어디가?', 단언컨대 그래서 유기농 예능 입니다요...
OSEN 전선하 기자
발행 2013.09.09 07: 51

MBC ‘일밤-아빠!어디가?’를 보고 있자면 다섯 가족의 여행 코스를 직접 체험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여름엔 푸른 녹음의 공간으로, 겨울엔 얼음이 얼고 눈이 오는 자연으로 떠나는 이 여행은 자극 없이 오롯이 아빠와 자녀 두 사람의 관계에 집중하며 좋은 환경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를 새삼 환기시킨다.
이는 지난 8일 방송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아빠!어디가?’는 지난주에 이어 경기도 여주의 여름농장으로 여행을 떠난 다섯 가족의 모습이 그려진 가운데, 목장 체험에 나선 이들의 시간들이 펼쳐졌다.
특별한 행보는 없었다. 다섯 가족은 목장에서 소젖을 직접 짜보고 이를 가지고 치즈를 만들거나 피자를 구워 먹는 등 그간 ‘아빠!어디가?’에서 경험해 온 여행 루트를 고스란히 밟았다. 체험하며 실수하고 그러면서 벌어지는 작은 소동들과, 그렇게 쌓인 웃음들이 1시간을 채웠다.

하지만 이 같은 과정 자체가 특별한 게 ‘아빠!어디가?’만의 무공해 장점이다. 다섯 아빠들은 그저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이들의 체험에 동참할 뿐이지만, 이를 보는 시청자의 반응이 뜨겁다. 내 아이에게 체험하게 해주고픈 생각이 절로 드는 여행의 소중한 시간들이 방송에서 매주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청자의 반응은 아마도 ‘아빠!어디가?’ 제작진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여행 경로를 짜고 구성하기 때문일 것이다.  폐교를 찾아가 텐트 치고 하룻밤을 보내고, 목장을 찾아가 소 떼들과 뒹굴거나, 언 강에 구멍을 뚫고 얼음낚시를 하는 건 부모가 자녀에게 선사할 수 있는 최고의 산교육이자 돈으로 살 수 없는 함께 보내는 시간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주말 예능 격전지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이지만 ‘아빠!어디가?’에는 자극이 없다. 주인공은 아이들이고 이들이 할 수 있을 만한 미션들과 일정들이 제시될 뿐이다. 자두 농장에 데려가 자두를 따고 소젖을 짜 치즈와 피자를 만드는 건 아이들이 체험하기에 좋은 소재이기 때문일 뿐만 아니라 발달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험들이다. 그런데 신기한 건 그러면서 아빠들도 덩달아 재밌어 하고, 그러면서 나오는 웃음의 순간들이 종종 터져 나온다는 사실이다. 힐링이라는 단어가 남발되는 시대에 진짜 힐링의 효력을 발휘해 이 같은 타이틀이 붙어도 부끄럽지 않은 프로그램은 ‘아빠!어디가?’가 유일한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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