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현주, 데뷔 이래 악녀 캐릭터를 처음 맡았지만 17년 차의 내공으로 조선 최고의 악녀 얌전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지난 7일 방송된 JTBC 주말드라마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이하 꽃들의 전쟁) 50회분에서는 얌전(김현주 분)이 백성들이 던지는 돌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비참한 최후를 맞는 내용이 그려졌다.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있는 모습은 처연하고 안쓰럽기까지 했다.
‘꽃들의 전쟁’은 왕의 사랑에 끊임없이 허덕이며 왕을 독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건 도박도 서슴지 않고 펼친 최고의 팜므파탈 소용 조씨와 궁중 여인들의 암투를 그린 드라마.

김현주는 그간 작품에서 단아하면서도 도시적인 이미지를 선보였지만 사람을 죽이는 것도 다른 사람의 아기를 훔치는 것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악녀 얌전 연기에 대한 기대감을 시청자들에게 안겨줬다. 17년 연기 생활에서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기 때문. ‘꽃들의 전쟁’ 시작 후 김현주는 기대 이상의 악녀 연기로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김현주는 인조(이덕홥 분)의 환심을 사려고 입궐하기 전 기생수업을 받는 과정에서 빗방울 하나하나를 느끼기 위해 비를 맞는 장면으로 얌전의 독한 면모를 표현했다. 특히 맨발에 속치마 차림으로 추운 겨울 거센 물줄기 속에서 장장 4시간 동안 연기를 펼치며 미세한 표정변화로 복잡 미묘한 심리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또한 입술을 빨갛게 물들인 채 날카로운 눈빛을 보내는 모습은 섬뜩했다. 입궐한 후 독수공방 생활을 면치 못하다가 당찬 행동으로 인조(이덕화 분)의 관심을 끌고 인조와의 첫 만남에서 교태로운 말과 행동으로 인조를 들었다 놨다하며 유혹하는 것부터 파격적인 베드신까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이뿐 아니라 자신을 음해하려는 세력이 있다며 천연덕스럽게 실성연기를 해 왕의 마음을 얻는 데 쐐기를 박아 중전을 끌어내리고 인조의 총애를 받는 주인공으로 올라섰다.
인조를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어 중전의 자리로 오르려는 김현주의 팜므파탈 연기도 주목받은 가운데 자신의 위치를 위태롭게 만든다고 여기는 사람들 중 그토록 사랑했던 남혁(전태수 분)의 죽음을 사주하는 악랄함까지 보였다. 그 뒤 소현세자(정성운 분), 민회빈 강씨(송선미 분), 민회빈 강씨의 아들 원손까지 죽였다.
김현주는 6개월여의 방송 동안 유혹, 살인, 이간질, 고문 등 ‘꽃들의 전쟁’ 안에서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악행들을 저지르고 당하며 다양한 감정선을 소화했다. 표독스러운 표정연기와 비열한 웃음, 속을 알 수 없는 눈빛연기, 거짓눈물 등을 통해 음흉한 속내와 탐욕을 가진 얌전을 완전히 표현해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이는 곧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져 5%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꽃들의 전쟁’으로 데뷔 이래 처음 시도한 악녀 연기를 성공적으로 마친 것은 물론 방사형으로 넘나들 수 있는 역량을 입증, 앞으로 김현주의 연기변신을 기대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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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꽃들의 전쟁’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