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가족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엄마’ 캐릭터, 이른바 자신의 욕망과 감정을 숨기지 않고 모두 표출하는 ‘욕망하는 엄마’에 시청자들이 반응하고 있다.
지난 8일 방송된 KBS 2TV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극본 문영남, 연출 진형욱, 제작 ㈜드림이엔엠) 4회분은 시청률 24.6%(AGB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로 주말극 1위를 수성했다. 욕망하는 엄마의 쾌속질주다.
배우 김해숙이 열연하고 있는 이앙금 여사는 평범한 가족의 안주인이자 1남 4녀의 엄마다. 그러나 그간 봐왔던 엄마와는 너무나도 다르다. 속물적 본성은 물론 자신의 욕망과 그때그때의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이앙금은 기세등등한 시어머니 안계심(나문희)에게 절대 밀리지 않는 '진격의 며느리'다. 이날 방영분에서도 안계심과 이앙금의 허세 '뻥배틀'은 폭소를 터뜨렸다. “밥만 잘 먹고 살면 된다”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시어머니에게 뿔이 난 이앙금. “친정에 금송아지가 암수쌍으로 있었다”로 시작해 “뒷간에 돈을 걸어놓고 썼다”로 마무리, 시어머니를 KO패시켰다. 안계심은 왕대박(최원홍)의 여자친구 구미호(윤송이)에게 “요대로 배워서 고대로 써먹어라. 니 시어멈 약올라 죽게”라며 약오른 심정을 드러냈다.
이앙금은 또한 부자로 잘 살았던 장녀 왕수박(오현경)을 향한 애정에는 결코 흔들림이 없다. 심하게 그녀를 편애한 나머지, 둘째 딸 왕호박(이태란)으로 하여금 “내가 주워온 딸이 아닐까. 언젠가 친엄마가 나타날거다”라는 강한 의심을 불러일으킬 정도.
남편은 물론 주변사람들에게조차 “부모답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할 말은 있다. 못 배운 서러움이 있는 이앙금은 선생 사모님 소리라도 듣고 싶어 왕봉(장용)에게 시집을 왔건만, 없는 집 장남의 아내가 되는 건 고생의 연속이었다. 쥐꼬리 선생 월급으로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바둥대며, 시집살이에 시동생들 시집장가 보내고 자식 5명을 키워냈다.
환갑이 된 나이에도 몸고생 마음고생 중이니 남은 건 한과 홧병과 앙금뿐인 여인. 그러니 친정에 살뜰히 도움을 주고 말로라도 자신을 위로해주는 맏딸이 이쁜 건 당연지사. 반면 덜컥 임신부터 해 백수에게 시집간 둘째딸, 악바리처럼 사는 모습이 꼭 자기를 보는 것 같아 화가 난다.
그렇게 예뻐했던 수박이 망해서 정신을 놓을 지경이 되자 그저 상황을 이렇게 만든 사위 고민중(조성하)도, 이런 상황에서도 아득바득 살고 있는 호박이 밉기만 했다. 예쁘게 말하는 법은 배운적이 없는 이앙금. 어머니의 첫 기일과 장모의 환갑잔치가 겹쳐 마음이 불편한 민중에게 “이럴라면 뭐하러 와? 가서 택배나 나르지”라고 타박했다.
그런 이앙금 여사가 “요대로 눈 딱 감고 죽어버렸으면 좋겠어”라며 눈물을 흘리는 수박을 보더니, 무언가 결심한 듯 호박을 찾아가 전에 없던 미소를 보였다. 이어 의아한 호박과 앙금의 미소에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다. 과연 이앙금 여사는 어떻게 호박의 속을 뒤집을지 호기심을 일으킨다. 분명한 것은 전에 보지 못한 또 다른 엄마 캐릭터란 것이다. 김해숙은 역시 어떤 의미로든 '국민 엄마'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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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이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