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재호, “아픔 극복, 재미있는 야구 계기”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9.09 10: 29

“힘들었던 시간의 경험을 포기하지 않고 극복했다는 것이 이제는 자신감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오늘이 더 재미있어 지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트레이드 선상에 그의 이름이 오르기도 했다. 다른 팀에 가면 주전 유격수로 나설 수 있던 기량의 젊은 내야수.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 그가 없었더라면 두산 베어스의 중상위권 유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김재호(28)는 단언컨대 정말 좋은 내야수다.
올 시즌 김재호는 선배 손시헌의 부상과 슬럼프 공백을 메우며 75경기 3할1푼8리 25타점 7도루 4실책을 기록 중이다. 손시헌 못지 않은 강한 송구 능력과 넓은 수비범위로 유격수 자리를 지켰고 손시헌 복귀 후에는 2루수로도 나서며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김진욱 감독은 시즌 중반을 돌아보며 “우리 팀 야수 MVP를 꼽는다면 나는 김재호를 추천한다”라는 말로 김재호의 공헌도가 기록 그 이상임을 이야기했다.

2004년 중앙고를 졸업하고 1차 지명으로 입단했던 김재호는 첫 2년 간 백업 내야수로 뛴 뒤 상무 입대했다. 2008년 제대 후 예비군 1년차 시즌 전반기서는 당시 주전 유격수 이대수(한화)의 슬럼프 공백을 메우며 신인왕 후보로도 언급되었다. 그러나 후반기부터는 다시 백업 내야수로 밀려나기 시작했고 스타팅이 아닌, 주전 선수의 부상 공백을 메우는 보결 선수로 출장했다.
스타팅 출장이 줄어들고 2군에서의 기간도 길어지며 트레이드 소문도 많았다. 2010시즌 중에는 타 구단과의 3연전을 앞두고 트레이드 합의까지 거의 다 된 상태에서 판이 엎어졌고 협상 결렬과 함께 김재호가 2군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2011시즌에는 손시헌의 갑작스러운 발목 부상에 김재호가 부랴부랴 유격수로 나섰으나 페이스 저하 기간이 맞아 떨어지며 또 2군으로 갔다. 팬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었던 김재호의 지난 날이었다.
“힘든 경험이었지요. 하도 지쳐서 제가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하기도 했고. 그런데 그 긴 시간 동안 포기를 안했기 때문에 지금은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워낙 우리 팀 내야 선수층이 두껍잖아요. 그래도 지금 기회가 왔고 살리고 있어서 제 위치가 구축되는 느낌이 듭니다”.
지난 3~4일 대전 한화 2연전서 김재호의 장염 증세로 인해 후배 김동한이 대신 스타팅 멤버로 출장해 두 경기서 모두 맹활약을 펼친 바 있다. 김동한의 활약에 크게 긴장했는지 묻자 김재호는 환하게 웃었다.
“후배이고 원정 룸메이트인데요, 뭘. 타격도 정말 잘했고. 다만 4일 날 1루 악송구를 범했는데 그 때 송구 시 보폭이 짧아서 공이 빠졌다고 이야기도 해줬습니다”. 후배의 기를 북돋워 준 김재호. 그가 본격적으로 팀 내 입지를 굳힌 계기는 지난해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였다. 그 때 김재호는 손시헌의 손가락 골절상으로 인해 주전 유격수로 나섰고 4경기 동안 5할7푼1리의 고감도 타격과 함께 안정된 수비로 공헌했다.
“매년 가을에는 좋았던 기억이 많았어요.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때 팀이 탈락한 것은 아쉬웠지만. 지금은 야구를 더 재미있게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주위에서 축하도 많이 해주시고 긴 시간 아픈 경험을 겪고 나서 포기하지 않고 버티니 오늘이 재미있어졌습니다. 내년에 더 큰 기회가 온다면 더 자신있게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신기루처럼 눈에 보였다 사라지기 일쑤였던 1군 출장 기회. 그 박복함으로 인해 어깨를 움츠리던 3~4년 전 김재호는 이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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